현대중공업과 카카오가 10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국내 최초 의료데이터 전문기업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AKMD)'가 결국 해체됐다.
지난 2019년 국내 헬스케어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로 출범한 지 4년 만이다. 투자 후 남은 출자금은 협의를 거쳐 분배하고 포진했던 양사 임원진도 해산한다.
3일 본지 취재 결과 HD현대(前 현대중공업지주)와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세운 조인트벤처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가 최근 이사회를 열고 회사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근래 좌초 위기에 놓였다는 설(設)이 현실화한 것이다.
이들은 의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개발을 추진했으나 사업 방향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회사를 정리하기로 했다.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는 2019년 1월 HD현대,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각각 50억원 씩 총 100억원을 출자해 창립한 회사다. 서울아산병원 연구시설인 아산생명과학연구원 내 사업본부에 설립됐다.
의료데이터 전문기업을 표방하며 출범한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는 국내 의료 빅데이터를 구조화한 통합 플랫폼을 개발해 국내외 유수 의료 스타트업과 의료정보 생태계를 만들며 관련 산업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었다.
특히 의료 환경 분석으로 서비스 질 향상을 원하는 병원에 맞춤화 정보를 제공하고, 희귀난치성 질환 극복을 위한 신약 개발에도 기여할 목적이었다. 이는 국내에서는 첫 사례로 글로벌 의료 빅데이터 시장을 선도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를 위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카카오 인공지능(AI) 기술과 플랫폼 개발 및 운영 노하우를 활용해 글로벌 수준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HD현대는 사업모델 다각화 및 전략 등을 담당키로 했다.
그러나 큰 포부를 품고 시작한 사업은 개시 4년 만에 돌연 무산되고 말았다.
사업이 실패한 이유는 HD현대와 카카오간 사업 방향성 차이에서 비롯됐다. HD현대는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암(癌) 같은 중증질환에 특화한 플랫폼을 원했으나, 카카오는 보다 대중적인 플랫폼을 구상하며 갈등이 시작됐다.
이러한 입장차로 사업은 수년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왔다. 실제 회사는 창립 이듬해인 2020년 플랫폼을 개발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려 했으나, 지난해 거둔 매출은 30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플랫폼 구축에 필요한 의료데이터 소유와 활용 문제를 두고도 적잖은 잡음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 청산이 확정되면서 경영을 진두지휘해온 권기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와 HD현대 인사인 박영철 현대미래파트너스 대표도 자리를 떠났다.
카카오 관계자는 "HD현대는 암과 같은 중증질환에 특화한 플랫폼을 구상했으나, 카카오는 대중적인 플랫폼을 고민하고 있어 의견이 맞지 않았다"면서 "최근 이사회 의결을 거쳐 회사를 청산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회사는 청산했지만 지속적으로 협력 관계는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각 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필요에 따라 긴밀히 협력해가기로 했다"며 완전 결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