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가장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중소병‧의원 76노동자들이 법이 정한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 등 최저기준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인 미만의 소규모 의료기관은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인해 근로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정의당 이은주 의원 등과 함께 5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보건의료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유나리 보건의료노조 전략조직국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중소병‧의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 및 보건의료노조의 2022 노동기본권 보장 추진계획’을 주제로 발표하며 “중소병의‧원 노동자 94%가 코로나19로 인해 불이익을 겪는 등 근로환경이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4월 15일부터 5월 17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중소병‧의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4058명을 대상으로 노동조건 실태조사를 파악하기 위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중 94%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불이익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휴가 관련(무급휴가, 연차 강제 소진 등)이 48.7%로 가장 많았다. 또한 ▲감염 관련(19.2%) ▲임금 삭감‧체불 등(18.3%) ‧▲해고(3.2%) 등이 뒤따랐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응답자는 “코로나19 격리기간에 대해 사업주에게 유급휴가보장 지원금이 지원되는 걸로 아는 데 연차사용을 강요받았다”며 “사업주는 사업주대로 정부에게 지원받았는데 나는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2021년 기준 3378만원(5인 미만 의료기관 2855만원)으로, 응답자 중 1.4%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었으며, 13.1%는 생활임금 수준 미만자로 나타났다.
유나리 국장은 “응답자는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식대 등의 수당을 포함해 응답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다면 최저임금 위반 비율과 생활임금 수준 미만자 비율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최저임금 위반은 대부분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타나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7.7% 근로계약서 미작성 ·16.3% 임금명세서 미교부
노동자의 기본권리인 근로계약서 작성이나 임금명세서 교부 등도 중소병‧의원에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응답자 중 7.7%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28.4%는 작성했지만 교부받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임금명세서 또한 16.3%는 교부받지 못하고 있었으며, 특히 5민 미만 의료기관의 경우 26.9%까지 비율이 올라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개선되지 않고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2020년 8월 같은 주제와 관련해 동일한 방법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와 비교해보면 근로계약서 미작성은 25.1%에서 30%로, 야간수당 미지급은 21.8%에서 30.7%로, 주말 근무수당 미지급 73.9%에서 88.2% 등으로 올랐다.
유나리 국장은 “국민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의료기관에서 최소한 법 위반 사례는 없어야 한다”며 “함께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노동기본권 존중은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의사 및 사용자로서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지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사무관은 “보건의료노동자들의 노동환경 등을 깨닫고 마음이 무겁다”며 “국민 생명과 건강, 환자 안전을 위한 전제로 보건의료 노동자들 근무환경 보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주에 보건의료인력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인데 이를 토대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