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등 선한 영향력이 일군 또 하나의 선한 기적"
믿고 찾는 대정요양병원, 기부금 설립 이어 증축…"모든 것은 환자를 위해"
2022.07.01 12:10 댓글쓰기

시작은 반신반의(半信半疑)였다. 의료봉사에서 만난 의료인들 의기투합이었기에 응원이 많았지만 우려 역시 적잖았다. 그럼에도 이들은 ‘봉사 한 번 제대로 해보자’는 일념으로 밀어부쳤다. 10년 넘는 의료봉사 과정에서 느낀 아쉬움을 맘껏 발휘하고 싶다는 간절함이었다. 선한 영향력의 힘은 상당했다. 의사, 간호사 등 80여 명으로 시작된 모임은 순식간에 1000명을 넘겼다. 가족과 지인은 물론 지역주민들까지 이들의 선행에 동참했다. 그렇게 모인 최종인원은 1612명. 우리나라 최초로 의료봉사단이 설립하고, 우리나라 최초로 순수 기부금으로 지어진 대정요양병원. 오롯이 ‘환자’를 위하는 이 병원이 최근 또 한 번의 ‘선한 기적’을 일궈냈다.


“시골 요양병원 자청, 환자 문전성시 당연”


충청남도 논산과 공주의 경계 즈음에 자리한 대정요양병원은 넓디 넓은 농경지 한복판에 설립됐다. 입지만 놓고 보면 결코 호조건이 아니었다.


개원입지로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권을 선호하는 게 통상적이지만 1612명이 모아준 소중한 기부금으로 환자들에게 최상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최우선으로 고려한 부분은 부모님의 건강을 되돌릴 수 있는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이었다. 물, 공기, 햇빛 등 치유환경의 3대 조건을 갖춘 최적의 장소였다.


물론 자연의 수려함과 쾌적함 대비 지리적 접근성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대정요양병원에게 입지는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환자들은 기꺼이 ‘진심어린 의료정신’을 찾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2014년 개원과 동시에 환자가 몰렸고, 이후 줄곧 100%에 육박하는 병상가동률로 순항을 거듭했다. 


‘진짜배기 병원’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몇 해 전부터는 입원대기 상황이 빈번해졌다.


이지원 병원장과 서정복 부원장 등 병원 경영진은 천착을 거듭했다. 더 많은 환자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는 싶었지만 병실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


이사회에 어렵사리 고민을 털어놨다. 함께 병원 설립을 도모했던 의료진과 주요 기부자들로 구성된 이사회는 흔쾌히 증축을 결정했다.


그동안 환자들 덕분에 병원이 성장해 온 만큼 앞으로 더 많은 환자에게 의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에 반대하는 이사진은 없었다. 


물론 이번에도 증축을 위한 기부가 시작됐다. 처음 반신반의했던 지인들도 곁에서 대정요양병원의 행보를 지켜보며 기꺼이 동참했다.


그렇게 시작된 또 한 번의 ‘선한 기적’이 최근 마침표를 찍었다. 대정요양병원 신관은 3년 간의 공사를 마치고 얼마 전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이로써 대정요양병원은 146병상에서 233병상으로 다시금 거듭났다. 개원 8년 4개월 만이었다.


이지원 병원장은 “개원 이후 8년 만에 또 한번의 기적이 일어났다”며 “마음을 모아준 기부자들과 병원을 믿고 찾아주는 환자를 위해 최상의 의료와 돌봄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전체 병실 정남향 배치, 오롯이 환자 위한 결단


대정요양병원의 비약적 성장에는 선한 영향력 외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자리하고 있다.


우선 이 병원은 설계부터 건축까지 7년 이상이 소요될 정도로 환자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시설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편복도’다. 대정요양병원은 모든 병실을 정남향으로 배치해 항상 따사로운 햇살이 넓은 창을 통해 들어오도록 했다.


공간의 효율화를 감안하면 최대한 많은 병실을 만드는게 상식이지만 대정요양병원은 효율 대신 환자를 배려해 과감하게 편복도를 택했다. 


때문에 복도 양쪽으로 병실이 배치된 여느 병원과 달리 대정요양병원은 복도 한 쪽으로만 병실이 있다. 200병상 규모의 건물에 146병상만 들어선 이유다. 


이번에 새로 지어진 신관 건물 역시 편복도 형태다. 233병상 모두 환자들이 자연 채광으로 우울감을 예방하고 정서적 안정과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지원 병원장은 “일반 병원은 복도 양 옆으로 병실이 배치된 탓에 환자들이 북향 병실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정요양병원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전체 병동 온돌마루 설치 역시 환자를 위한 진심의 발로다. 히터는 인공적으로 열을 발생시키는 만큼 건조하기 마련이지만 온돌마루는 자연적인 온도 및 습도 조절이 가능하다.


병원은 면역력이 약한 노인환자들에게 호흡기 질환을 야기시킬 위험이 높은 히터 대신 비용은 곱절이 들더라도 쾌적한 공기를 유지시키는 온돌을 택했다.


의료시스템 역시 평범함을 거부한다. ‘존엄케어’를 기치로 격(格)이 다른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대정요양병원이 지향하는 존엄케어는 ‘3무(無) 3유(有)’로 축약된다.


즉 환자의 손과 발을 묶는 ‘신체구속’. 인지능력 저하의 원인인 ‘TV’, 치매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돌봄과 살핌으로 환자를 대하고 있다.


반면 치매환자 증상 개선을 위한 ‘인지치료 프로그램’, 산책 등 ‘운동 프로그램’, ‘구강케어’ 등 노인환자와 치매환자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3가지 시스템을 고집스럽게 운영 중이다.


이지원 병원장은 “자연친화적 환경, 체계적 진료체계도 중요하지만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존엄케어”라며 “환자가 아닌 내 부모님을 모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살이 ‘몽글몽글’…욕창 완치율 93%


진심이 담긴 의료의 결과는 수치로도 입증되고 있다. 대정요양병원의 욕창 완치율은 무려 93%에 달한다. 집중적인 치료와 정성 어린 간호의 방증이다.


욕창은 장시간 누워 있을 때 신체 부위에 지속적으로 압력이 가해져 피부가 괴사하는 상태를 말한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욕창’은 경계대상 ‘0’순위다. 와병기간이 길수록 위험하다.


주 발병 대상군이 밀집한 요양병원은 무릇 ‘욕창’이 지상 과제다. 철저한 관리만으로는 버거운 상대지만, 그렇다고 그 이상의 대응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일단 걸리면 환자나 의료진 모두에게 공포의 대상인 셈이다.


대정요양병원은 ‘OPWT(Open Wet dressing Threapy)’라는 신개념 치료법과 함께 침뜸요법, 한방재생연고 등을 통해 욕창을 집중 치료한다.


간호영역에서는 철저한 체위변경과 감염관리, 피부관리, 영양관리 등을 통해 욕창 악화를 억제한다. 채광시설과 통풍시설 등 입원환경은 이러한 치료와 간호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증증도 와상환자는 욕창 발생 위험 등으로 대부분의 요양병원들이 기피하지만 대정요양병원은 절대 환자를 가려 받지 않는다.


선한의료, 진심의료는 ‘부모님을 모시고 싶은 병원’이라는 평가로 이어졌고, 개원 8년 차인 대정요양병원은 이제 서울, 부산, 제주 환자들도 찾는 전국구 병원으로 거듭났다.


우리나라 노인의료 거장인 한국만성기의료협회 김덕진 회장도 대정요양병원 행보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김덕진 회장은 “1612명의 기부로 설립된 것도, 환자를 위한 시설 곳곳의 세심함도, 흔들림 없이 존엄케어를 수행하고 있는 점도 감탄을 자아낸다”고 평했다.


이어 “대정요양병원의 진료철학이 우리나라 노인의료의 질적 성장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선한 영향력이 일군 선한 기적을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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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움이 07.02 09:16
    대정의 앞날 행보가 기대되네요.

    요양병원도 다를 수 있음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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