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보이지 않는 병을 보이게 해서 환자를 치료하는 직업인데 너무나 많은 의사들이 보이는 부분만 생각하고 판단하는 실수를 하고 있다. 전체적인 맥락을 찾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평생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며 느꼈던 점을 글로 풀어썼다.”
지난 16일 자신의 두 번째 저서인 ‘통찰지능’을 출간한 최연호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최근 삼성서울병원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통찰지능(InQ)’은 경험으로부터 얻는 후견지명에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선견지명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최 교수가 지능지수(IQ)와 감성지수(EQ)를 합쳐 세상살이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라며 새로 만든 단어다.
최 교수는 “IQ와 EQ로 지능을 구분짓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며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은 IQ와 EQ는 당연히 어느 정도 갖추고 있으며 이에 더해 두 가지 지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매력을 갖고 있다. 그것이 바로 세상을 꿰뚫어 보는 통찰”이라고 말했다.
이어 “맥락을 찾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평생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며 느꼈던 점을 글로 풀어썼다”고 덧붙였다.
최연호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취득했으며,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 소아소화기영양 분야 진료 및 교육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도 의학 지식만으로 환자를 진단하면 안 된다는 말을 계속적으로 해준다”며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볼 수 있도록 의대교육평가인증에 의학과 인문학이 섞이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 교수는 소아청소년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서 약물농도모니터링 및 톱다운 전략으로 새로운 치료 기틀을 마련해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고 있으며 복통이나 구토, 설사 같은 소아 기능성 장 질환에 휴머니즘 진료를 도입해 '약을 주지 않고 치료하는 의사'로 유명하다.
저자는 새 책에서 영화와 드라마, 음악과 같은 대중문화와 스포츠 등 우리 사회 전반을 넘나드는 실증사례들을 곁들여 일반 대중들도 자연스레 통찰지능에 다가설 수 있도록 도왔다.
최 교수는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보이게 만드는가가 핵심”이라며 “의사 역시 보이지 않는 병을 보이게 해서 치료하는 직업인데 너무나 많은 의사들이 보이는 부분만 고려하고 판단하는 실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책에 이스터섬의 비극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200년 동안 섬의 나무를 베어 서서히 민둥산이 될 동안 주민들이 눈치채지 못하다가 후회하는 내용”이라며 “만성질환도 이와 같다. 크론병에 스테로이드를 쓰면 일시적으로 상태는 좋아지지만 부작용이 계속 쌓여 결국 10년이 지나면 수습이 불가능해져 수술해야 하는 상태까지 악화된다”고 덧붙였다.
저자는 앞서 2020년 발표한 '기억 안아주기'에서도 의사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통찰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바 있다.
최 교수는 “병원 홍보팀의 칼럼 요청 등으로 글쓰기를 시작하다 보니 책까지 발간하게 됐다”며 “세번째 책도 집필 중인데 휴머니즘과 의사에 관한 이야기다. 의사와 환자는 서로 존중이 필요한 관계인데 그렇게 보지 않는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