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팀과 세종충남대병원 이비인후과 김봉직 교수팀이 달팽이관 무형성 환자의 인공와우 이식술 장기 성적 연구결과를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그동안 금기(禁忌)로 여겨왔던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자도 인공와우 전극 삽입술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달팽이관(와우 蝸牛)은 태아기 때 형성되는데 유전이나 약물 또는 다른 기전에 의해 기형이 발생할 수 있다.
기형이 심하지 않을 경우에는 보청기 치료를 진행하지만 심할 경우 청신경에 직접 자극을 줘 말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꿔 소리를 들리게 하는 인공와우 이식술을 진행한다.
하지만 달팽이관이 형성되지 않은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아는 인공와우 전극이 삽입되는 달팽이관 자체가 존재하기 않기 때문에 인공와우 이식술은 ‘그림의 떡’이었다.
이에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아는 청력 장애는 물론 언어발달 장애도 나타나는 등 여러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병윤 교수팀은 2012년부터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자에게 인공와우를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수술의 효과성이 달팽이관에 삽입하는 일반적인 인공와우 이식술과 동등한 수준인 것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연구팀은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자 6명의 전정기관에 인공와우 전극 삽입 가능성과 안정성을 파악하기 위해 와우전정신경 상태 검사 후 최적의 전극 위치를 찾아 인공와우를 삽입했다.
아울러 ▲CAP 스코어(Categories of Auditory Performance) ▲단어/문장 인식 ▲발음 등 평균 6년간의 추적/관찰을 하며 환자의 청력을 검사했다.
연구결과 환자 6명 모두 수술 후 4년 내 짧은 문장은 입모양을 보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인 CAP5를 달성했고, 3명은 전화통화까지 가능한 CAP7을 받았다.
아울러 수술 후 3년 이내 단어‧문장 인식과 발음에서도 절반 이상을 인식할 수 있었으며, 7년 이내 인공와우 이식술을 받은 기형 없는 환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호전됐다.
이 연구 결과에 따라 달팽이관이 없는 환아에게도 인공와우 이식술을 진행하고 추적‧관찰한다면 청력 및 언어발달 장애를 조기에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병윤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금기라고 여겨졌던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아 대상 인공와우 이식술 효과성을 입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아에게 인공와우 이식술을 하기 위해서는 와우전정신경 상태와 수술 중 전기적으로 유발된 복합활동 전위를 고려해 전극을 이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연구팀은 달팽이관 무형성증을 유발하는 난청 유전자가 ‘GREB1L(Growth Regulation by Estrogen in Breast cancer 1-Like)’라는 사실도 규명했다.
달팽이관 무형성증은 달팽이관의 기형 중 가장 심한 증상이지만 어떠한 유전자가 관련 증상을 야기하는지 밝히는 연구는 아직 없었다.
이에 최 교수팀은 최신 유전진단기법을 활용해 달팽이관 무형성증의 원인 유전자를 찾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교수팀은 분자유전학적진단을 활용해 421례의 인공와우 이식술 사례를 분석한 결과, 달팽이관 무형성증의 60%에서 GREB1L 유전자 변이를 확인했다.
아울러 이 유전자는 우열·분리·독립의 법칙같은 멘델 법칙을 따르지 않는 유전양식을 갖는다는 것도 규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이비인후과 분야 SCI급 국제학술지인 ‘Clinical Otorhinolaryngoloy’와 ‘Clinical and Experimental Otorhinolaryngolog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