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병원 '도지사 재량권 남용' vs 제주도 '허가취소 정당'
녹지제주 핼스케어타운 유한회사, 제주도 상대 소송 첫 공판 열려
2020.04.22 05:19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영리병원 이슈로 논란을 빚었던 녹지국제병원 첫 공판이 열렸다.
 

제주지방법원 행정1부는 21일 오전 녹지제주 핼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 첫 변론을 열었다.
 

소송 제기 1년 만에 열린 이 날 재판에서는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향후 법정 다툼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먼저 개설 허가조건 취소 건에 대해 녹지 측은 “제주특별법에 따라 의료법 상 의료기관 개설 허가 권한이 제주도지사에게 위임됐으나 내국인 진료를 제한할 수 있는 재량이 부여되지 않았다”며 원희룡 지사의 재량권 남용 및 절차상의 하자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녹지측이) 의료법 상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을 문제 삼고 있으나 제주도는 제주특별법을 근거로 했으므로 내국인 진료 제한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반박했다.
 

녹지 측은 병원 개설허가 취소에 대해서도 “병원 개원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고 허가 취소 외에 업무 정지 등 다른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여지도 있었다”며 도지사의 재량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내국인 진료 제한이라는 위법한 조건이 있어 개원이 불가능했으며 이를 이유로 병원 개설허가를 취소한 것은 과잉 조치라는 것이다.
 

반면 제주도는 “조건부 허가가 부당하다면 일단 개원한 후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에 대해 다툴 수 있음에도 개원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6월16일을 2차 변론 기일로 예고했다. 2차 변론일에는 양측의 요청으로 녹지 측의 프레젠테이션과 제주도 측의 30분가량의 변론이 있을 예정이다.
 

한편, 이번 녹지국제병원 소송은 코로나19로 공공의료 확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절묘한 시기에 첫 재판이 열리며 더욱 이목을 끌고 있다.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던 대구 지역의 경우, 한 때 병상 부족으로 집에서 입원 대기 중이던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랐으며, 의료 인력이 모자라 공보의 조기 투입과 의료진들의 자발적 지원으로 의료붕괴를 막아야 했다.
 

이에 감염병 전문병원 등 공공병원 설립을 통한 공공의료 확충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관련 공약들을 내걸었다.
 

이러한 가운데 수년 전 국내 첫 영리병원 이슈로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녹지국제병원 관련 소송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녹지 측이 이번 재판에서 승리할 경우, 국내 영리병원 개설에 물꼬를 트게 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공의료 확충 쪽으로 기울고 있는 무게추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영리병원 설립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보건의료노조는 2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지그룹에게 소송을 취하하라고 주장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영리병원이 난립했다면 우리나라도 코로나19를 맞아 미국과 같은 심각한 상황을 맞았을 것”이라며 “녹지그룹은 영리병원에 대한 소송을 즉각 중단하고 정부와 청와대가 나서서 즉각 공공병원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상길 무상의료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 역시 “하나의 영리병원이 생기면 코로나19처럼 확산은 순식간”이라며 “영리병원이 다시 추진된다면 제주 영리병원 철회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퇴진을 위한 범국민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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