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이 확정되지 않은 공공의료원에 한방 진료 사업 포함 여부를 두고 의사와 한의사 간 기싸움이 팽팽하다.
광주광역시의회는 신수정 의원 등이 최근 발의한 ‘광주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개정안’에 대해 지난 6월 13일까지 기관 및 단체 또는 개인 의견을 조사한 결과, 반대는 2건인 반면 찬성은 53건으로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350병상 규모 광주의료원은 상무지구 도심 융합 특구에 들어설 계획으로 지난해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요구했으나,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대상 사업에서 제외돼 신설 계획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광주시의회는 오늘(15일)부터 22일까지 제307회 임시회를 앞두고 있으며, 신수정 의원의 개정 조례안은 17일 환경복지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현재 반대 의견은 2건으로 광주시의사회와 광주전남건강포럼이 제기했다.
한방진료는 감염병이나 재난의료 등 의료취약 분야에 중점을 맞춰야 하는 공공의료원 특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광주시의사회는 “의료원은 300병상 규모로 3차 병원에 해당하는 공공병원”이라며 “3차 병원은 1차 의원, 2차 중소 병원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질병을 치료하는 병원으로 시장성에 어긋나더라도 수익성을 강조하지 않는 이타적인 진료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문가들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공공병원 취지와 동떨어진 한방의료를 끼워넣기 하려는 특정 직역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개정안”이라며 “이로 인해 기재부 타당성 재조사에서 의료원 설립이 무산될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찬성은 총 53건으로 모두 개인이 표명한 의견으로 확인됐다. 광주시한의사회 등 한방 관련 단체는 어느 곳도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광주광역시의회 관계자는 “찬성 의견을 제출한 개인들도 아마 대부분 한방 관련 분야 종사자들이 아닐까 추측된다”며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이다 보니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주시한의사회는 14일 성명을 통해 “한방진료 포함은 광주의료원이 지역주민 건강권 증대를 위해 양·한방 의료를 두루 제공하는 포괄적 종합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고자 하는 큰 의지가 담긴 것으로 공공의료원의 당연한 책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어 “최근 많은 공공병원이 한방의료수요에 대응하고 포괄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의과 진료실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며 “이는 향후 양·한방 협진을 통해 진료 질과 효율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0년 기준 전국의 공공의료기관 222곳 중 한의과가 설치된 곳은 81곳으로 36.4%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중 상급종합병원은 부산대병원 한 곳, 종합병원 8곳, 한방병원은 2곳이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계속 지적받고 있는 국립암센터,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국립경찰병원, 국립교통재활병원, 보훈병원 등 상당수에서 한의진료를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