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 환자도 무탈하게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됐다. 사전 염증수치 조절이 관건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윤혁 교수팀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라도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에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여행 중 자가치료를 준비한다면 얼마든지 해외여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염증성 장질환은 최소 3개월 이상 염증이 지속되며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만성 면역성질환이다. 궤양성대장염(대장)과 크론병(소화기관)이 대표적이다.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대변 절박증(변을 참지 못함), 설사, 혈변, 복통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질병은 항염증제를 비롯해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생물학제제 등 주로 약물로 치료하지만 효과가 없을 경우 수술치료가 필요하다.
문제는 근본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치료가 잘 되는 관해기 환자라도 갑자기 재발을 경험할 수 있고, 이때 의료진의 빠르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젊은 층이 다수이기 때문에 여행 등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잦은데, 증상 재발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 해외여행이 제한되거나 짧게만 가능했었다.
이에 윤혁 교수팀은 해외여행 중 염증성장질환 증상을 재발시키는 인자를 파악하고자 연구를 시작했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94명의 염증성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동반질환 ▲생물학제제 치료 ▲여행 전 대변 염증 수치 ▲비행시간과 여행기간 등 다양한 인자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증상 재발을 겪은 환자의 비율은 16%였는데, 이들은 다른 환자들에 비해 대변 염증 수치가 높았으며, 고혈압이나 당뇨 등 동반질환을 앓고 있었고 응급실 방문 이력이 있었다.
반면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면역조절제 및 생물학제제 투여 여부, 비행시간 및 여행기간은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결과에 따라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은 여행 전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잘 준비한다면 일반인과 동일하게 해외여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혁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언제 증상이 악화될지 몰라 해외여행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다”라며 “관해기 상태이고 대변 염증 수치가 높지 않으면 큰 무리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생물학제제 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정맥 주사 일정을 조정하거나 자가 주사 키트를 여행 시 챙겨가야 하므로 여행 전에 미리 주치의와 상담을 권장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