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두 대형병원의 신년 행보가 관심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새로운 건물 완공과 신규 분원설립 소식을 전해왔다. 삼성서울병원은 올해부터 리모델링 사업을 본격화하며 내부 시설을 대폭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원외 확장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서울아산병원과 원내 시설을 재정비하는 삼성서울병원 경쟁력 강화 전략의 결이 조금 다른 측면이 병원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산, CIC(감염관리센터) 개소…청라 분원 설립도 순항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월8일 국내 최초로 민간의료기관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감염관리센터(Center for Infection Control, CIC)를 개소했다.
지난해 8월 착공 이후 1년 6개월여 만이다.
앞서 ‘I동’으로 알려진 CIC는 연면적 2만2천479㎡(6천800평)에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감염병 환자를 돌보기 위해 기존 병동을 내놓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처럼 감염병만을 전문으로 건물이 마련되는 것은 국내 의료기관 중 처음이다.
CIC는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전담으로 치료하는 건물로 활용된다. 코로나19 유행이 가라앉은 뒤에는 결핵과 같은 공기 전파 감염병 환자와 해외에서 유입된 고위험 감염병 의심 환자를 수용될 예정이다.
CIC를 오픈한 서울아산병원은 또 인천 청라국제지구에 건립되는 분원설립 사업이 한창이다.
지난달 27일 서울아산병원컨소시움은 인천경제청과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사업을 통해 컨소시움은 총사업비 2조4040억원을 들여 청라국제도시 투자유치용지 28만㎡에 2028년 말까지 청라의료복합타운을 조성한다. 이곳에는 종합병원(800병상)과 의료바이오 교육·연구시설, 라이프사이언스파크, 노인복지주택, 오피스텔, 메디텔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아산병원은 분원인 서울아산병원청라(가칭) 설립 사업을 중점적으로 수행한다.
이를 위해 병원은 지난해 말 최기준 단장(前 커뮤니케이션실장)을 필두로 한 ‘청라병원추진단’을 구성했다. 원내에 별도 사무실을 마련, 관련 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토록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첫 번째 분원인 서울아산병원청라는 병원이 원래 계획했던 사업은 아니다.
서울아산병원은 앞서 지난 2019년 차세대 경쟁력으로 ‘CIC’와 심뇌혈관 중환자 중심병동인 ‘D동’ 설립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두 시설 모두 기존 서울아산병원 부지 내에 건립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청라의료복합타운 민간사업자 공모에 선정되면서 서울아산병원은 D동 건립에 쏟을 예정이었던 인적‧물적 자원을 분원 설립으로 돌렸다. D동 건립은 현재 잠정 중단된 상태다.
서울아산병원 내부적으로는 인프라 확충 효과에 한계가 있는 내부시설 증축보다는, 분원 설립을 통해 새로운 파이를 확장하는 방안을 선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서울아산병원청라는 인천공항과 근접한 입지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외국인 환자가 유입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병원 경쟁력을 알릴 수 있는 의료기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리모델링 본격화…‘서측부지’ 진출 관심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리모델링 공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리모델링 공사는 지난해 설계가 마무리 되고 본격적인 시공 단계에 접어들었다. 단순한 시설물 교체가 아니라 근본적인 인프라 개선 작업이 이뤄진다고 병원은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안과와 성형외과 외래진료 시설 공사를 마무리했다. 올해는 진단검사의학과 외래시설에 대한 공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리모델링 공사는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원내 비효율적으로 디자인됐던 휴계공간 등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각 진료시설을 재배치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 역점을 둔 리모델링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삼성서울병원은 ‘건설본부장’ 직책을 신설했다. 또한 기존 ‘미래병원추진단’의 공사 관리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미래병원추진단은 리모델링 공사 본격화에 맞춰 지난해 10월 손영익 이비인후과 교수를 2대 단장으로 임명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이번에 리모델링 공사를 본격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 2020년 보건복지부로부터 메르스 손실보상금을 607억원 지급받은 것이 큰 힘이 됐다는 전언이다.
앞서 복지부는 2015년 메르스 발생 당시 삼성서울병원이 접촉자 명단제출을 지연한 과실이 있다며 2017년 메르스 손실보상금 지급 대상 의료기관에서 제외했다.
이후 삼성서울병원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실보상금 지급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까지 간 법정싸움 끝에 승소했다. 이후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 7개월 만인 2020년 비로소 보상금을 지급받게 됐다.
보상금을 지급받기 전까지 삼성서울병원은 적자경영을 면치 못했다. 2017년에는 -624억원, 2018년 -294억원, 2019년 -150억원 등 한동안 보릿고개 시절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보상금이 지급되면서 상황은 급격히 호전됐다. 2020년에는 267억원 순이익을 내면서 흑자경영으로 전환했다. 그동안 ‘비상경영체제’였던 병원은 이제야 한숨을 돌리게 된 것이다.
병원 자금에 여유가 생기면서 삼성서울병원이 확장 사업을 결단할지도 관심이다.
새 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유력한 곳은 ‘서측 부지’다. 앞서 병원은 정문 맞은 편에 있는 4만8642㎡ 크기 부지에 신건물 등의 설립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처음에는 외국인진료센터가 계획됐다가 곧 통원진료센터로 노선을 변경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 이후 서측 부지 진출은 잠정적으로 중단된 실정이다.
병원 내부적으로는 얼마간 경영 상황이 안정되면 곧 이 부지에 대한 개발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승우 삼성서울병원장은 지난해 10월 취임사를 통해 ‘자립경영 기반 마련’이란 포부를 밝히면서 “자립 경영의 확고한 토대를 이루어야 서측 부지로의 영역 확장에 도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