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시민들 건강관리를 비대면으로 지원할 수 있는 온라인 보건소 구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특별시 공공의료재단 이민정 부연구위원은 지난 14일 '서울시 온라인(On-Line) 보건소 구축 방안'을 주제로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 발생 및 확산이 끊임없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온라인 보건소 구축은 시급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민정 위원은 “코로나19는 국내 확진자가 최초 발생한 2020년 1월부터 현재까지 우리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특히 감염병 관리의 최전선인 지역보건의료기관 보건소는 직격타를 맞아 역할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 대부분의 보건소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일어난 2020년 2월부터 코로나19 방역 대응에 집중하기 위해 선별진료소와 인허가 민원 관련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이민정 위원은 “진료, 예방접종, 모자보건사업, 건강증진사업, 방문건강관리사업 등 보건소 기존 업무가 중단되면서 비대칭적 건강 형평성이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건소 공백 문제가 심각해지자 공공의료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공공의료 서비스 변화양상이나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논의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민간의료 부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2020년 2월 24일부터 예외적으로 전화 상담을 통한 비대면 진료 및 대리처방을 허용해 한시적인 비대면 의료서비스가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전화상담과 처방에 진찰료 적용 및 지역사회 내 경증환자의 의원급 의료기관 전화상담 확산을 위한 전화상담 관리료 가산 적용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이미 민간 보건의료시장은 모바일 앱을 활용한 비대면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공공의료재단이 '시내 25개 보건소 대면/비대면 서비스 제공 현황'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보건소는 비대면 서비스 제공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의료인의 대면 진료가 원칙인 의료서비스는 물론 본인 확인 검증 및 복수의 제출 서류들이 필요한 의료비지원서비스, 의료기관 인허가 서비스 등은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사례가 전무했다.
이민정 위원은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이나 대사증후군 관리사업 등 질병 예방 및 관리와 관련된 사업들은 보건소 홈페이지에 교육 자료들이 수록돼 있지만 이는 일방향적 정보 제공 수준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민은 보건소 비대면 서비스 요구 수준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69세 이하 시민 750명을 대상으로 보건소 이용 현황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보건소 비대면 서비스 제공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87.5%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보건소 비대면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로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할 때 언제나 이용할 수 있다(69.8%) ▲보건소 방문에 필요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59.5%) 등 시간의 무제약성에 대한 편익이 핵심이었다.
반면, 보건소 비대면 서비스가 불필요한 이유로는 서비스 질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컸다.
구체적으로는 ▲대면서비스만큼 효과가 있을 것 같지 않다(71.5%) ▲보건소 직원 등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것 같다(64.3%) 등이었다.
또한 고령층이나 경제적 약자, 장애인 등은 온라인 접근에 어려움이 있어 소외계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비대면 서비스 홛개 시 기존의 대면 서비스를 축소하는 것을 우려했다.
"의료진, 디지털 역량 강화 및 가이드라인 마련하고 인프라 구축 선행돼야"
이민정 위원은 "온라인 보건소를 추진하기 이전에 지역보건의료기관의 보건의료인 대상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및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대면 서비스는 유형에 따라 고유한 특성들이 있어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자는 장단점과 대상자의 상황 및 여건에 따른 적용 가능성을 고려해 선택하고 제공해야 한다”며 “비대면 서비스에 있어 의료진 디지털 역량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보건의료기관 의료진들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과 비대면 서비스 제공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 ▲IT 전문인력이 없어 시스템 및 디바이스 활용 어려움 ▲비대면사업 운영 시 업무시간 외 발생하는 문의 등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 어려움 ▲고령층 참여율 저하 ▲관리자들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 부족 및 노출 우려 등이 있었다.
이 위원은 보건소에서 제공하는 모든 사업 및 서비스를 포괄하기 보다 난임, 치매, 정신건강 관련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둘 것을 제안했다.
그는 “사업 전(全) 과정을 온라인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것보다 단계별 제공 서비스의 목적과 내용에 따라 적합한 방식을 채택해 효율화를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 서비스의 독립적 제공보다는 대면과 비대면의 유기적인 연계가 효과적”이라며 "필요시 오프라인을 연계해 서비스의 고품질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