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본지와 만난 오수정 원장[사진]은 "마치 기나긴 터널을 지나온 것만 같다. 하지만 아직도 끝이 아니란 생각에 마음이 가볍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대청병원의 병동 코호트 격리가 지난 26일 0시부로 해제됐지만, 이제는 메르스 여파로 인한 병원 경영에 대한 불안감이 현실로 닥쳤기 때문이다.
오 원장은 "병동 격리가 시작된 이후 지역사회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면서 "이제 임무를 완수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기도 하지만 정작 병원의 앞날은 막막하다"고 말했다.
"피해 책정조차 어렵고 재정·인력난 사면초가"
정부가 메르스 피해 병원들에 대한 보상 계획을 밝혔지만, 기존의 진료 실적조차 제대로 산정할 수 없는 신생 대청병원의 현실을 일괄 기준으로 책정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오 원장은 "5월 21일 개원식을 통해 본격적으로 지역사회에 병원을 알리기 시작했다"면서 "당시 하루 외래 환자가 400여 명으로 늘어나고 건강검진 예약만 1만여 명을 넘어서는 등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당시의 추세대로라면 대청병원은 지난 5월을 시작으로 올 6월과 7,8월에 환자가 더 늘어 지역사회 내 확실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정반대다. 코호트 격리로 외래 환자 발길이 끊긴데다 건강검진 예약도 대부분이 취소됐다. 또 일부 의료진은 병원을 등졌고, 지역사회에는 아직도 공포감이 가득한 현실이다.
오 원장은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기존의 진료과별 평균 환자 수를 산정할 수 없는 데다 퇴직으로 인한 병원 인력 공백 등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초기 매몰비용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의료진 인건비만 10억원에 달하고 있다"면서 "예상되는 경영난에 금융기관에서의 자금 차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과 지역사회 관심 절실-전화위복 계기 삼을 수 있도록 노력"
결국 대청병원이 기댈 곳은 정부의 인적·재정 지원과 지역사회 환자들 뿐이다.
오 원장은 "정부가 도와준다고 말은 해도 실제로 느끼는 바는 아직 없다"면서 "사스나 신종플루 때와 같이 지원이 흐지부지 되어서는 안된다. 일선 병원의 노고에 대한 우선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또한 "대전시와 인근 논산, 금산 등 지역 의료기관에서도 대청병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헤어나올 수 있도록 함께 협력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제 대청병원은 29일을 기점으로 다시 정상 운영에 들어간다. 메르스로 인한 병원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지만 하루 빨리 본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계획이다.
오 원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주민들이 자부할 만한 지역병원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직원들과 함께 원래 목표였던 노인질환 중심 종합병원으로서의 위상을 갖추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간 메르스와 함께 사투를 벌여 준 250여 명의 병원 직원들과 가족들, 격려를 아끼지 않은 지역주민들, 시·정부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