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들에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새 살 돋는 성장 계기 만들 터"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중후군)가 휩쓸고 간 지 6개월, 진료개시를 시작한지 이제 1년이 됐다. 대전 대청병원은 지난해 메르스와의 전장에서 사투를 벌인 끝에 새 봄을 맞이하게 됐다.
지난 3월 9일 진료개시 1주년을 맞아 병원을 찾는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늘며, 로비와 병실 곳곳에 생기가 감돌기 시작한 것이다.
대청병원 오수정 원장은 "정상화까지 봄이 오듯 한 발 한 발 앞으로 내딛는 것 아니겠냐"라며 "지역 주민들의 도움으로 노인환자 전문종합병원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도 진료개시 3개월 만에 병원 문을 스스로 걸어 잠궈야 했던 당시를 돌이켜보면 상황은 아찔하다. 오 원장은 이를 '잃어버린 3개월'이라 표현한다.
지난해 3월 9일 진료를 시작해 5월께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개원 행사를 열며 목표에 근접했던 외래 및 입원환자 수가 메르스 코호트 격리와 함께 한 순간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하루 200여명에 달하던 외래환자들의 처방전이 6월초에는 13건에 불과할 정도로 인적이 끊겼으며, 직원 50여명은 자택격리되고 병원 내 일손은 턱없이 부족했다.
내부적으로 인건비 지급도 어려울 것이 불보듯 뻔했고, 자리를 박차고 나간 의료진도 여럿이었다. 외부에서는 직원 자녀까지 따돌림할 정도로 냉대가 이어졌다.
그러나 남아있는 의료진들은 서로를 독려하며 메르스와 사투를 벌여 버텨냈다. 질병관리본부는 대청병원을 지난해 6월 26일 0시부로 병동 코호트 격리에서 해제했다.
"잊지 않고 찾아준 100명의 환자가 병원 살려"
대청병원이 6월 29일 다시 진료를 개시했을 때 병원을 찾아준 지역 환자들은 단 100명이었다. 오 원장은 "진료 개시를 했을 때 어려운 걸음으로 병원을 먼저 찾아주신 환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면서 "이 때 100명의 환자가 있었기에 병원이 정상화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청병원은 6월 100명의 외래환자를 시작으로 꾸준히 환자 수를 늘려갔다. 개원과 함께 마련했던 '365건강검진센터'의 검진 능력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먼저 찾게 된 덕분이다. 말 그대로 지역 내에서 유일하게 365일 건강검진이 가능한데다 한 달 평균 암을 5건 조기 발견해 유명세를 탔다.
지난해 겨울을 시작으로 주민들에 감사한 마음을 보답하고자 나선 홍보활동도 지역 내 남아있는 부정적 인식을 없애는 데도 한몫했다. 병원은 거리 홍보, 관 내 기관과 업무협약 체결 등을 추진하며 지역 주민 무료 수술 등으로 경제적 어려운 환자에 대한 지원을 실시했다.
이에 지난해 11월과 12월 기준으로 하루 평균 검진환자가 150명에 달했으며 한달 450여명 외래환자가 병원을 다시 찾았다. 병원은 다시 바빠졌다. 우선 인력 수급이 시급했다.
오 원장은 "전체적으로 갈 길은 멀지만 우선적으로 원내 입원환자 수요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 달들어 신규 간호사를 채용하고 정형외과, 영상의학과,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충원했다. 앞으로도 추가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청병원은 그간 200병상만을 일차적으로 운영해 왔지만 이달부터 100병상을 추가하고 총 300 병상 운영에 돌입했다. 향후 200병상 규모의 신관 건립도 추진할 계획이다.
오 원장은 "아직까지 병원 전체적인 면에서 봤을 때 갈 길은 멀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원내 입원환자 수요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 설립 시 계획했던 대로 단계별 확장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봄이 완연한 4, 5월이 되면 경영 정상화를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메르스로 인해 아픔도 많았지만 정부 지원과 지역 주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병원 자체적으로 한 단계 성숙해 질 수 있었던 성장의 계기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