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코로나19로 잠정 중단됐던 한국과 일본 양국의 노인의료 관련 교류가 서서히 기지개를 펴는 모습이다.
물론 아직 사증면제 정지가 풀리지 않아 자유로운 왕래는 어렵지만 비대면을 통해 양국의 코로나19 상황과 대응방안 등을 공유하며 머지않은 만남과 교류를 예고했다.
특히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양국이 함께 아시아 노인의료 발전을 도모키로 하는 등 벌써부터 일상회복에 따른 협력 강화의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국만성기의료협회 김덕진 회장과 아시아만성기의료협회 나카무라 테츠야 이사장은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 상황을 되돌아 보고 향후 과제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김덕진 회장은 올 하반기 아시아만성기의료학회 부산 개최를, 나카무라 이사장은 11월 교토에서 개최되는 일본만성기의료협회 학술행사 참석을 희망했다.
코로나19, 지난 2년을 술회하다
나카무라 테츠야 이사장
2년 동안 모든 게 급격히 변했습니다. 일본에서는 병원과 요양시설 집단감염이 큰 화두였습니다. 물론 IMS병원그룹에서도 감염이 발생했지만 다행히 원만하게 해결된 상황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환자에게 안전한 진료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마스크나 방호복, 소독액 확보에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급성기병원의 경우 간헐적인 감염 형태를 보였지만 다수의 입원환자가 있는 만큼 일단 급성기병원부터 방역에 착수했습니다. 어느 정도 증상을 회복한 환자가 점차적으로 회복기병원과 요양병원, 그리고 노인보건시설로 이동하는 형태였습니다.
환자 내원율은 아직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았지만 건강검진 등의 수요가 차츰 늘고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자신의 건강관리에 대한 의식이 되돌아 오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김덕진 회장
한국의 상황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고위험군이 많은 만큼 감염에도 취약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강력한 방역대책으로 확진자 억제가 이뤄졌지만 많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한국은 방역대책을 완화했습니다. 이후 감염자가 폭증했습니다. 정부는 요양병원 종사자에게 주 2회 PCR 검사를 실시토록 하는 등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썼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면회 제한이 가장 큰 아쉬움입니다.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지만 가족들의 협조 덕분에 정착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면회를 제한하더라도 출퇴근 하는 의료진과 종사자로부터의 감염이 상존해 늘 긴장의 연속일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적극적인 코로나19 환자 수용
나카무라 테츠야 이사장
일본만성기의료협회는 회원병원들의 코로나19 대응 방안에 대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급성기병원과 달리 만성기병원은 집단감염을 우려해 쉽사리 확진자 치료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직원을 통한 감염이 잦아지면서 만성기병원에서도 적극 확진자를 치료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코로나19 환자도 과감히 수용해 재활이 필요한 사람은 회복기재활병동에 머물며 재활치료를 실시했습니다. 협회로서 강요할 수는 없었지만 회원병원들에게 확진자 수용의 당위성을 호소했습니다.
김덕진 회장
한국은 지금까지 감염자 수가 많지 않았던 만큼 정부가 지정한 병원만으로도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고,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잘못된 방역정책으로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치료병상이 부족해지고 요양병원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됐습니다. 한국만성기의료협회 회원병원 중에도 코호트 격리된 곳이 있었습니다. 앞서 협회는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기금을 마련했습니다. 회원병원에서 감염자가 발생하면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독자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예방이 가장 중요하지만 감염자 발생 상황을 대비해 서로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너무 절박했던 의료인력난
나카무라 테츠야 이사장
금전적 문제와 별개로 의료인력 문제도 심각했습니다. 환자로부터 감염되는 간호사들이 적잖았고, 물리치료사 역시 마찬가지였스니다. 물리치료사는 환자와의 접촉이 불가피한 만큼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되고, 이후 동료들에게 감염시키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의료기관 종사자 중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경우 출근이 금지됩니다. 때문에 인력난이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일본은 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지만 한국의 경우 의료인력 파견, 교류 등의 시스템이 작동했는지 궁금합니다.
김덕진 회장
기본적으로 감염경로는 비슷합니다만 한국에서는 감염자가 발생한 경우 의료기관에 대한 코호트 격리 조치가 내려지는 만큼 추가 확산 방지로 이어졌습니다. 코호트 격리를 한 경우 충분하지는 않지만 정부로부터 인력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에 대한 정보나 원내 전산 처리 등 현실적으로 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파견인력의 임금이 높아 기존 직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습니다. 때문에 상당수 의료기관은 최소한의 인력이라도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의료기관 손실보상, 확연한 온도차
나카무라 테츠야 이사장
일본에서는 코로나19로 병원의 수익 구조가 상당히 악화됐습니다. 물론 의료진 위험수당을 포함한 보조금, 위문금 등이 지급됐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환자를 적극 치료한 급성기병원에는 손실보상이 이뤄졌습니다. 최근 보조금이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특별가산’ 형식으로 추가 지원되고 있어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에 따라 병원경영 상황이 개선됐다는 게 전체적인 평가입니다. 한국에서는 병원에 대한 국가 보조금 등이 있었는지요?
김덕진 회장
코호트 격리 조치에 따른 손실보상 체제가 가동되기는 했지만 손실의 일부 밖에 보전받지 못하는 등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때문에 국가의 손실보상을 기대하기 보다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항상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도 최근 병상 부족으로 정부가 전담병원을 지정하고 있습니다. 전담병원과 전담병상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참여율을 높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시아만성기의료학회 부산 개최 희망
나카무라 테츠야 이사장
일본과 한국의 코로나19 상황과 대책을 파악했으니 앞으로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한국 만성기 의료의 방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또한 일본만성기의료협회와의 향후 협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김덕진 회장
일본은 1970년대, 한국은 2000년에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한국보다 30년 빨리 고령화를 경험한 것인데요. 한국에서는 일본의 만성기병원을 모델로 다양한 학습을 했기 때문에 성공 사례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배우고 싶고, 한국 만성기 의료 발전을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코로나19가 안정화 되면 제6회 아시아만성기의료학회 부산 개최를 희망합니다.
코로나19, 새로운 흐름을 만들다
나카무라 테츠야 이사장
종종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얘기를 듣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바뀐 만큼 ‘원래’를 생각하지 않는게 바람직합니다. 이렇게 온라인으로 회의가 가능해지면서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원격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납니다. 급성기 의료의 경우 앞으로는 로봇수술이나 로봇치료, AI치료가 증가할 것입니다. 또한 의료 분야세 ICT 활용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국가에서도 비대면 진료에 대해 수가 등 다양한 제도화를 추진 중입니다. 비대면 진료에 대해 지금은 코로나19로 국한시키고 있지만 일반 질병에 대해서도 확대하려는 검토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환자도 온라인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입니다. 이처럼 새로운 움직임을 코로나19가 먼저 진행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덕진 회장
개인적으로는 비대면 진료에 적극 찬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사단체와 정부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적 흐름인 만큼 언젠가는 합리적인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로봇이나 AI, ICT 활용은 앞으로 당연히 다가올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희연병원 역시 인공지능이 탑재된 기능회복훈련 로봇을 도입했습니다. 의료현장에서도 AI를 활용한 장비가 요구되고 있고, 앞으로는 당연한 일이 될 것입니다. 또한 지금은 재택의료나 방문진료에 관한 제도가 많이 없지만, 제도화를 위해 관계자들을 설득해 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