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제주녹지국제병원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영리병원 설립은 빅테크 기업들이 직접 의료기관을 설립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일 오전 참여연대·보건의료단체연합·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등이 개최한 ‘위기의 시대, 영리병원 재점화 논란과 한국의료 위기’ 토론회에서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은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이 기획국장에 따르면 최근 북미·유럽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개별 병원 또는 정부기관과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는 “빅테크 자본 헬스케어 사업의 주요 수익모델은 개인 건강데이터를 수집해 수요를 창출하고 기존 의료행위를 원격의료와 인공지능(AI) 등으로 대체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건의료데이터를 민간기업이 집적시키고 고도화하는 것에 대해 의료인과 시민단체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포착된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정부 건강데이터 플랫폼 사업 ‘마이헬스웨이’는 민간업체가 맡아 추진 중이다.
또 카카오는 지난 2018년부터 서울아산병원과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병원·연구기관 등에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계획을 가진 카카오헬스케어를 론칭하기도 했다.
네이버도 사내병원을 구축하고 8개 의료기관과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협약을 맺었다.
이와 관련, 이 기획국장은 “이 같은 상황에서 영리병원은 보건의료 데이터를 노리는 기업들이 공적 통제에서 벗어나 데이터 수집과 집적화를 쉽게 이룰 수 있는 수단이 된다”고 일침했다.
이어 “현재 기업들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을 통한 ‘라이프로그(Lifelog)’ 정보 수준에만 접근 가능하다”면서도 “훨씬 민감한 개인의 의학적 과거력·검사 결과·처방내용 등의 데이터는 병원에서 발생하고 축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영리병원이 허가된다면 병원 경영진 판단에 따라 데이터를 의료기관 밖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영리법인이 병원을 세운다면 나아가 빅테크 기업들이 직접 의료기관을 설립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면서 “그들의 이윤창출 모델 기반하에 유인된 수요를 실현시키는 물리적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빅테크와 영리병원 결합이 결국은 의료 영리화를 가속화하는 시너지 효과를 낳게 된다는 게 이 기획국장 주장이다.
그는 “영리병원은 빅테크 뿐 아니라 건강을 상업화하는 자본 산업이 통합적으로 구현되는 플랫폼이 되고 만다”면서 “윤석열 당선인 공약은 벌써부터 규제혁파를 시사한다. 의료공공성 강화 대책이 필요한 지금, 영리병원 논의와 영리적 디지털헬스산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