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국내 연구진이 비후성심근증 환자의 심부전 위험을 간편하게 예측할 방법을 찾았다.
최근 심장초음파로 측정된 좌심방변형률이 낮을수록 심장기능이 떨어지고 심부전 발생 가능성은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형관·이현정 교수팀은 비후성심근증 환자 414명을 대상으로 좌심방변형률과 심장기능을 측정한 후 심부전 발생 여부에 대해 7년 간 추적 관찰했다.
운동선수의 급사를 일으키기로 유명한 비후성심근증은 심장 근육이 유전적으로 두꺼워지는 질환이다. 전 세계인구 200명 당 1명꼴로 흔하게 발견되는 반면 국내는 희귀질환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젊었을 때 무증상으로 지내다가 나이 들어 진단받는 비율이 늘면서 최근 국내 유병률도 외국과 마찬가지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 질환이 있으면 특히 말기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심부전은 심장의 수축·이완에 문제가 생겨 혈액을 신체에 제대로 공급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비후성심근증 환자의 경우 심장벽이 두껍고 뻣뻣해지며 잘 늘어나지 못해 좌심실의 이완기능이 떨어져 심부전이 발생하기 쉽다.
이에 비후성심근증 환자의 심부전 위험을 예측하려면 좌심실 이완기능을 측정해야 하지만 비침습적 방법이 정립되지 않아 심도자술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그동안 환자들의 부담이 컸다.
연구팀은 심장초음파 검사로 측정 가능한 ‘좌심방변형률’에 주목했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좌심실 이완 기능이 저하된다고 다른 심장질환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기 때문이다.
비후성심근증 환자 414명의 심장초음파를 분석해 좌심방변형률과 좌심실 이완 기능을 측정하나 결과 환자들의 평균 좌심방변형률은 23%로 정상인 평균(35%)에 비해 낮았다.
좌심방변형률이 낮은 환자일수록 좌심실 이완기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심장벽의 두께가 두껍고, 심장이 딱딱해지는 섬유화가 진행된 범위도 넓었다.
또한 연구팀은 좌심방변형률에 따른 심부전 발생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추적 관찰을 진행했다.
이때 비후성심근증 환자를 심장 이완기능 장애 정도에 따라 ▲정상 ▲1등급 ▲2등급 ▲3등급으로 분류하고, 10년 무사고 생존율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결과 정상 그룹의 심부전 관련 10년 무사고 생존율은 100%였다. 즉 비후성심근증이 있더라도 좌심방변형률이 정상범위인 환자들은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사망이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이완기능 장애 그룹의 10년 무사고 생존율은 1등급, 2등급, 3등급 순서로 각각 91.6%, 84.1%, 67.5%였다. 좌심방변형률이 낮아질수록 심부전 발생 비율도 증가한 것이다.
김형관 교수는 “이번 연구로 좌심방변형률을 통해 비후성 심근증 환자의 심장 이완기능을 비침습적으로 평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지표를 활용한다면 침습적인 심도자술 등 추가 검사를 받지 않아도 비교적 쉽게 심부전 예측이 가능해 환자들의 부담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심장협회의 저명 학술지 ‘심혈관영상저널’(Circulation Cardiovascular Imaging, IF 7.792) 4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