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 진단 후 신경퇴행성장애 없더라도 안심하면 안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인영 교수팀은 최근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를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 추적관찰 결과를 발표했다.
연차별 신경퇴행성질환 발병 위험률 및 임상적 징후 규명을 위한 연구를 통해 신경퇴행 진행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14년 이내 절반 이상이 신경퇴행성 질환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는 수면장애의 일종으로써 소리를 지르거나 주먹질을 하는 등 꿈에서 하는 행동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질환이다.
파킨슨병이나 치매 등 신경퇴행성질환자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환인 ‘렘수면행동장애’와 달리 수면장애는 있지만 신경퇴행이 동반되지 않을 때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로 진단한다.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는 신경퇴행성질환의 전조증상이라는 여러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의 신경퇴행성질환 발병 위험률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아울러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타나는 임상적 징후에 대한 연구도 거의 없었다.
이에 윤인영 교수팀은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를 진단받은 환자의 신경퇴행성질환 연간 발병위험률과 시간에 따른 임상적 징후를 밝히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는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를 진단받은 후 신경퇴행성질환이 나타나지 않은 한국인 환자 198명을 대상으로 2003년부터 2015년까지 4~5년마다 인지기능을 검사했다.
연구결과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를 진단받은 한국인 환자 중 5년 내 신경퇴행성질환이 나타난 비율은 12.5%였지만, 14년 내에는 무려 56.6%까지 치솟았다.
반면 서양인의 경우에는 신경퇴행성질환이 나타날 비율이 5년 내 40%, 14년 내 92.5로 한국인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신경퇴행성질환 발병 위험률은 진단 후 첫 해 2.1%로 낮았지만, 10~12년는 8.5%로 올라가는 등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 5년 이상 지난 사람과 10년 이상 지난 사람의 임상적 징후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신경퇴행증상 진행 속도는 다소 느린 것으로 추정됐다.
윤인영 교수는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를 진단받은 한국인 환자를 10년 넘게 추적관찰하며 연차별 신경퇴행성질환 발병률과 임상 징후를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 “신경퇴행증상은 서서히 진행하다가 갑자기 명확한 질환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이 없다하더라도 안심하지 말고 매년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수면의학의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 중 하나인 ‘SLEEP(Impact Factor 5.849)’ 3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