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수첩] ‘인수위원회’. 근래 언론 지상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다. 정권 이양기인 만큼 새로운 권력에 초점이 맞춰지는 건 당연지사다.
새롭게 출범할 정부의 재정, 인사, 조직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위원 구성부터 의제에 이르기까지 세간의 관심은 한 달 넘게 인수위를 향하고 있다.
인수위원회는 선거로 새롭게 선출된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으로부터 인수인계를 받고 새로운 정부를 만들기 위해 준비를 하는 특별기구다.
처음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만들어진 건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다.
‘6·29 선언’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되고 처음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유래 없던 민주적 권력이양이었던 만큼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가 꾸려졌다.
당시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는 정부에게 업무를 보고받는 정도에 그쳤고, 현재의 모습을 갖춘 것은 김영삼 대통령 당선인부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보궐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했고, 대신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유사한 기능을 수행했다.
비할 바는 아니지만 비슷한 시기 대한병원협회도 권력 이양기를 맞았다. 거창(?)하지만 인수위원회 출범도 앞두고 있다. 인수위원회는 대한병원협회 63년 역사상 처음이다
인수위원회는 무릇 전임 집행부로부터 업무 인수인계를 받고 새로운 회무를 준비하기 위한 특별기구로 인식하기 십상이지만 병원협회 인수위는 역할이 상이하다.
병협 내부 규정에는 인수위원회 역할에 대해 ‘위원장 및 회무위원회 위원 추천’이라고 명시돼 있다. 즉 ‘상설위원회 위원장 천거권’이 인수위 역할의 전부다.
때문에 인수위 없이 당선인 혼자 사무국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윤동섭 차기회장은 인수위와 무관하게 나홀로 업무파악 중이다.
인수위원회가 아닌 추천위원회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운영 시기도 아이러니다. 병원협회 인수위는 회장 임기 시작일로부터 30일 범위 내에서 운영토록 하고 있다. 신임 집행부 출범 전에는 활동 자체가 불가하다. 차기회장 취임 전에 꾸려져 신임 집행부 출범을 도와야 할 인수위가 회장 취임 이후 꾸려져야 하는 웃픈 구조다.
‘당선인은 본인이 원하는 때에 인수위원회를 만들 수 있고, 대통령 취임 이후 30일까지 존속할 수 있다’고 명시된 문구 인용에 착오가 있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병원협회 인수위원회 출범은 지난 2020년 의사 총파업 당시 불거진 대학병원계와 중소병원계의 반목을 최소화 하기 위한 조치였다.
실제 인수위원장은 당선된 회장으로 하고, 위원은 대학병원계과 중소병원계 동수로 구성해야 한다는 규정도 명시했다.
인수위원회에 회장과 함께 회무를 이끌어 갈 상설위원회 위원장 추천권이 부여돼 있는 만큼 양 직역에게 균등한 권력 배분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반목 청산 일환으로 도입된 만큼 양 직역에서 각각 4명씩 동일하게 선정됐다. 위원장에는 윤동섭 차기회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한다.
의료정책의 절대적 영향권에 놓여 있는 병원들은 규모와 직능, 직역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들이 계속 연출되고 있다.
윤동섭 당선인이 출마 일성으로 ‘화합’을 내세운 것만 보더라도 내홍의 심각성은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회무력 증진에 사력을 다해야할 협회가 내홍 봉합에 치중하는 사이 불합리한 의료정책은 회원병원들을 더욱 옥죄고 있다. 협회 역사상 첫 인수위원회는 이러한 상황의 비극적 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