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개원하는 급성기클리닉은 국내 의료체계의 고질적 문제인 대학병원 응급실 과밀화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어 모든 지역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 개원이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에게 귀감으로 남고 싶다.”
판교에서 응급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개인의원 ‘EM365 판교연세의원’을 선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신형진 원장은 7일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서울시 롯데타워 31층 오디토리움에서 개최한 개원컨설팅 및 세미나에 참여해서 본인 경험을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응급의학 전문의가 응급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의원급 의료기관 ‘급성기클리닉(Urgent Care Clinic)’은 경증의 응급환자들이 대학병원 응급실이 아닌 동네에서 손쉽게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형진 원장은 “늦은 시간이나 휴일에는 경증환자까지 어쩔 수 없이 응급실에 가야 해 불필요한 대기시간 및 비용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며 “30년 이상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응급실 경증환자 과밀화 문제는 오는 8월부터 응급환자 이송에 대한 법률이 시행되면 더더욱 악화돼 극도로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경증응급질환자들은 갈 병원이 없어 응급실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1차의료기관은 경증 응급환자를 진료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급성기클리닉은 생명에 위협이 있을 정도로 위급하지 않은 구토나 설사, 탈수, 단순외상, 열상봉합 등 응급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급성기 클리닉 개원은 이러한 응급실 쏠림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이는 응급센터 내 경증 진료 구역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며 “동네병원이라고 경증환자만 보는 것이 아니고 증상이 미미한 응급환자도 전문가가 조기에 발견해 대형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기 때문에 공익적 목적이 크다”고 덧붙였다.
신형진 원장은 또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다양한 분야 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개원 초기 환자 모집에 유리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응급의학과는 정형외과나 피부과 등 특수 분야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진료가 가능해 환자 수 늘리기에 적합하다”며 “개원 초기에 자리 잡을 때 응급의학과만큼 좋은 과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급성기클리닉의 가장 큰 장점은 외상 진료에 특화돼있기 때문에 특별히 배우지 않아도 가정의학과나 소아과보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제일 잘할 수 있는 분야”라며 “4년 동안 수련받은 기간을 헛되지 않게 보낼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다”고 덧붙였다.
EM365의 신형진 원장은 매년 개원을 원하는 응급의학 전문의를 일정 기간 컨설팅을 통해 성공적으로 개원에 안착할 수 있는 개원컨설팅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에만 2~5개의 급성기클리닉을 추가적으로 개원할 예정이다.
신형진 원장은 “개원 컨설팅을 받기 위해서는 EM365 판교연세 본점에서 6개월간 부원장으로 근무해야 하는 원칙이 있다”며 “초기에는 주말, 공휴일에는 진료를 전담하고 평일에는 개원에 필요한 미팅, 중기는 대표원장과 진료하며 직접 트레이닝, 말기에는 개원관련 필수 미칭, 실제적 준비 등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컨설팅에 참여하면 개원 입지선정 및 자금조달, 인테리어 인력 구성, 전자차트, 의료장비, 세무서비스, 노무서비스, 보험청구서비스를 지원한다”며 “올해 하남, 시흥, 용인, 지축, 양주 등 5군데 개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수가 뒷받침 중요, 응급진료 수가를 급성기클리닉에 확대 적용 등 필요”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일반병원이 문을 닫는 야간이나 주말, 휴일은 환자들이 응급실로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국은 이미 일반병원과 응급실 중간 형태의 치료시설이 활성화됐다”며 “우리나라는 의료보험체제로 그간 전혀 받아들여지지 못하다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급성기 클리닉은 응급실 과밀화 문제와 의료취약지 문제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솔루션이지만 국내 법체계와 규제 때문에 활성화가 어렵다면 제도가 수정돼야 한다”며 “새 정부에서는 이러한 불필요한 목소리가 좀 더 받아들여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는 8월 응급환자 이송에 대한 법률 세부사항 시행규칙이 발표될 예정인데 119로 이송된 환자를 무조건 수용하라는 법률은 국내 응급실에 큰 혼란을 주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제도를 수용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혼란을 막기 위해 법률 시행 이전에 더 많은 병원을 열고자 더욱 서두르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급성기 클리닉 역시 활성화 성패는 수가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최석재 홍보이사는 “근본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대학병원이 경증환자까지 포기하지 못하고 진료하는 이유는 결국 수가”라며 “늦은 시간까지 환자를 봐야 해 추가 인력이 필요하고 그것 때문에 비용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 제대로 보상해줘야 근본적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응급의학과는 다른 진료과목 개원에 비해 수가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미국 어전트 클리닉은 경증 환자만 봐도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지만 한국은 의원이 폐업하지 않는 선에서 응급환자를 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이 적기에 정말 필요한 필수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현재는 응급실에만 적용되는 응급진료 수가를 급성기 클리닉까지 확대 적용한다면 경증 응급환자만 봐도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