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이 선천성 무뇌수두증 등 복합기형을 앓던 태아를 신생아 전문 의료진 협진을 바탕으로 무사히 출산하고 수술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최근 미 8군 소속 테일러 르노(Taylor Renaud)씨 자녀인 마르셀린 아쿠아 르노(Marceline Aqua Renaud·여)를 무사히 출산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미담(美談)을 전했다.
테일러 르노씨의 아내인 스타 후드(Star Hood) 씨는 기존에 다니던 병원에서 아이에게 무뇌수두증을 비롯해 여러 장기에 이상이 발견됐다는 소견을 받았다.
뇌에 뇌척수액이 차는 무뇌수두증은 대부분 출산 전에 생사가 결정되고 정상적으로 출산해도 몇 주 후부터 신경학적인 증상을 보이는 등 예후가 좋지 않은 희귀질환이다. 이 때문에 임신 중 증상이 확인되면 임신중절수술이 권유되기도 한다.
우여곡절 끝에 산모는 심적 변화가 생겨 아이에게 세상의 빛을 보여주고자 출산을 결심했다. 미국 하와이 에서 출산이 가능한 병원을 알아보던 중 미 8군 주요 협력병원인 서울성모병원과 연락이 닿았다.
모두가 아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던 상황, 서울성모병원 선천성질환센터 산부인과 고현선 교수가 출산 의뢰에 흔쾌히 동의하며 르노 씨 부부는 한국으로 발길을 돌렸다.
출산 전후로 신생아팀 의료진이 함께해 신생아중환자실 관리를 진행함과 동시에 신경외과, 소아심장분과, 소아방사선과, 외과, 성형외과, 안과, 이비인후과 등 다양한 진료과와의 긴밀한 협력이 시작됐다.
무뇌수두증으로 아이 뇌실 크기가 급격히 증가하자 신경외과는 뇌실 복강간 단락술을 실시했다. 소아심장분과와 흉부외과는 심방실중격결손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폐동맥 밴딩 수술을 시행했다. 추가로 머리, 귀 등 수술을 받은 아이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차츰 건강을 회복해 퇴원했다.
주치의인 소아청소년과 윤영아 교수는 “출산 전(前) 여러 진료과와의 협진이 선천성질환센터에서 이뤄져 보호자 이해와 협조를 높일 수 있었다”며 “추후 신생아분과는 물론 소아심장분과, 신경외과 외래 진료를 통해 지속적인 치료 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이 아버지인 테일러 르노씨는 서울성모병원에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아이가 드디어 퇴원해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지만 잘 먹고 건강하게 지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