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타비(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TAVI) 시술 후 항혈전제를 복용하는데 있어 항응고제요법이 이중항혈소판요법보다 효과적이라는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6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심장내과 박덕우·박승정 교수팀은 한국, 홍콩, 대만에서 타비시술을 받은 229명을 대상으로 항응고제인 에독사반과 이중항혈소판제(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 복용 군을 무작위 배정해 다기관 국제임상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항응고제 군의 판막혈전증 발생률(9.8%)은 이중항혈소판제 군(18.4%)보다 낮았지만, 뇌색전증과 뇌신경 및 신경인지기능 장애 발생률에는 전혀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기존 관찰 연구들의 한계를 극복하고 판막혈전증과 뇌색전증과의 연관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해 항응고제와 이중항혈소판제의 효과를 비교하는 무작위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한국, 홍콩, 대만 총 5개 의료기관에서 타비 시술을 받은 229명에게 항응고제(에독사반, 111명)와 이중항혈소판제(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118명) 복용 군을 무작위 배정하고 6개월 동안 추적 관찰했다.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80세였으며, 여성이 58%였다.
6개월 후 심장 CT를 시행한 결과, 항응고제 군의 판막혈전증 발생률은 9.8%였으며, 항혈소판제 군의 판막혈전증 발생률은 18.4%였다. 타비 시술 후 항응고제요법이 이중항혈소판요법보다 판막혈전증 예방에 더욱 효과적이었다.
반면 타비 시술 1주일 이내와 6개월 후 두 차례에 걸쳐 MRI와 신경학적 인지기능검사를 시행한 결과에서는 항응고제 군과 항혈소판제 군의 뇌색전증이나 뇌신경 및 인지기능 장애 발생률에 전혀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타비 시술 후 판막혈전증 발생과 뇌색전증 및 뇌기능 장애와의 뚜렷한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도 증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심장 분야 최고 권위 학술단체인 미국심장학회에서 ‘올해의 가장 혁신적인 임상상연구(Late-Breaking Clinical Trial)’로 채택됐다.
또한 심장 분야 권위지인 ‘서큘레이션(Circulation, 피인용지수=29.69)’ 최신호에 게재됐다. 박덕우 교수는 지난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학회에서 직접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타비 시술 후 판막혈전증 발생과 뇌색전증 발생의 무관함을 입증한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판막혈전증이 뇌색전증을 유발한다는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CT상 확인되는 판막혈전증은 영상의학적 현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환자마다 상이한 임상적 상태와 안정성, 유효성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해 항혈전제의 종류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