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새정부의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에 정호영 前 경북대학교병원장이 전격 발탁됐다. 그야말로 ‘깜짝인사’였다. 실제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인물이 지목됐지만 정호영 원장은 하마평에 전혀 거론되지 않은 인물이었다. 국회나 정부, 의료계는 물론 측근들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인사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전문성이 절실하다는 윤석열 당선인 판단이다. 무엇보다 정호영 前 병원장의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은 의료계에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일단 ‘5년’ 만에 의사 출신 보건복지부 장관이 탄생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17년 퇴임한 정진엽 前 보건복지부 장관 이후 박능후, 권덕철 장관에 이어 정호영 前 경북대병원장이 후보자로 오르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이 인사청문회의 ‘송곳검증’을 벼르고 있는 만큼 입각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 하지만 의료계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0일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정호영 후보자를 포함한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공표했다.
의사 출신 장관은 정진엽 前 장관 퇴임 이후 5년 만이다. 보건복지부 역사상으로는 9번째다.
1948년 보건복지부가 사회부로 태동한 이래 51명의 장관이 바뀌는 동안 의사 출신이 임명된 사례는 8명에 불과했다. 비율로는 13.72%다.
보건부 시절 구영숙, 오한영, 최재유 등이 장관을 지냈고, 이후 권이혁 서울의대 교수가 제22대 보건사회부(당시) 장관, 문태준 前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제23대 장관으로 바통을 이어 받았다.
이어 박양실 前 대한여의사회 회장이 제27대 보건사회부 장관을 지냈고, 보건복지부로 조직명이 바뀐 후로는 주양자 前 국립의료원 원장이 제35대 장관에 올랐다.
이후 17년 동안 정치인과 관료, 학자 등에 밀려 장관직에 임명되지 못했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정진엽 분당서울대 병원장이 제52대 장관으로 내정됐다.
정진엽 前 장관은 지난 2015년 8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제52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이후 연금개혁을 위한 제53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박능후 前 장관이 역할을 했고, 코로나19 시기 관료 출신인 권덕철 장관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정호영 후보자가 넘어야 할 가장 큰 관문은 ‘인사청문회’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 7개 검증 기준을 들어 송곳검증을 예고했다.
7개 검증 기준은 병역면탈,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음주운전, 성범죄 등으로, 여기에 해당될 경우 임용을 배제한다는 것이다.
인사청문 기간 동안 정치권 등을 통해 정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시작될 경우 생각지 못한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지적이 나오자 윤 당선인은 “고위공직 인선과 검증 기준은 결국 국민 눈높이와 관점에서 보는 것”이라며 “더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외과 37년' 의료계 고질적인 기피과 문제 해결 등 기대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정 후보자 지명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기대감을 표시했다.
특히 정 후보자가 대표적인 기피과 중 한 곳인 외과에서 오랜기간 임상 경험을 했고, 경북대병원장을 지내면서 전공의 문제에 대해서도 익숙할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 2005년 경북대병원 홍보실장을 역임한 경험으로 인해 의료계와 ‘소통’에도 적극적일 것이란 희망도 나타냈다.
정 후보자는 외과 전문의로 37년 간 암 수술과 의료행정에 몸담았다.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출신으로, 대구적십자병원 외과과장·의료부장 등을 거쳐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경북대병원장을 역임했다.
지난 2020년 초 대구광역시에서 코로나19가 창궐했을 당시 생활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중증환자와 일반 중증환자 진료 공백이 없도록 운영체계의 틀을 잡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대변인은은 “의료현장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크다"며 “코로나19 마무리 외에도 기피과나 필수의료 등에 대한 여러 의료현안들이 숙제로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의료계와 더 잘 소통하고 현장의 어려움들을 반영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호영 후보자는 윤석열 당선인과 대학시절 인연을 맺은 40년 지기다.
정 후보자는 지난 3월 한 지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은 40년 한결같은 친구”라며 오랜세월 친분을 짐작케 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식사라도 할 때면 늘 먼저 계산을 하려 했다. 초임 검사 시절 공무원 봉급을 받아 가면서도 주변에는 아낌없이 베풀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는 밥을 한번 사려고 했더니, 자기 몫은 이미 계산을 해놨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공과 사에 대한 구분도 잘 됐던 친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