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외과계의 대외적 위상 변화가 심상찮다. 과감하게 수술방에서 나와 국가 의료정책의 주축으로 존재감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환자 생명을 살리기 위한 서전(surgeon)의 숙명에 충실하는 사이 의료정책에서 소외됐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제도권 내 영향력이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특히 보건의료정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과 의료계 양대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회장 모두 외과계 인물들로, 달라진 리더십 위상을 짐작케 한다.
먼저 최근 새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에 정호영 前 경북대학교병원장이 전격 발탁되면서 의료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야말로 ‘깜짝 인사’였다.
의사 출신 장관은 정진엽 前 장관 퇴임 이후 5년 만이다. 보건복지부 역사상으로는 9번째, 외과 전문의로는 최초다.
특히 정 내정자가 대표적인 기피과 중 한 곳인 외과에서 오랜기간 임상 경험을 했고, 경북대병원장을 지내면서 전공의 문제에 대해서도 익숙할 것이란 전망이다.
‘위암수술 권위자’인 정호영 내정자는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무려 37년 동안 서전(surgeon)의 삶을 살아왔다.
대외적으로는 상급종합병원협의회 감사, 대한병원협회 상임이사, 서울대병원 비상임이사, 대한의료정보학회 회장, 대한위암학회 회장 등으로 활동했다.
얼마 전 제41대 대한병원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윤동섭 당선인(연세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역시 뼛속까지 외과의사다.
담췌장 수술 명의(名義)인 윤동섭 병협회장 당선인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출신으로, 30년 넘게 수술방에서 암수술을 통해 수 많은 생명을 살렸다.
윤동섭 당선인은 연세의대 강남부학장, 강남세브란스병원 기획관리실장, 외과학교실 주임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장 등을 역임했다.
대외적으로는 대한간담췌외과학회 이사장, 대한의학회 부회장,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을 수행하는 등 의학계에서 선 굵은 행보를 이어왔다.
의료계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역시 외과계열이다. 그것도 심장이나 폐 등 생명과 직결된 수술을 담당하는 흉부외과 전문의다.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이필수 회장은 마산고려병원(現 삼성창원병원)에서 수련 후 흉부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다만 그는 임상현장 보다 지역 의사회에 참여하며 불합리한 제도 및 진료환경 개선에 주력했다. 삶의 모토인 ‘봉사와 헌신’을 오롯이 의업(醫業)에 투영한 행보를 보여왔다.
1999년 전남 나주시의사회 총무이사를 시작으로 전라남도의사회 회장,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대위원장을 거쳐 지난해 5월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보건복지부,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등 정부와 의료계 양대단체 모두 외과계가 수장에 오른 것은 국내 의료계 역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외과계의 달라진 리더십 위상을 방증한다. 이는 과거 대표적인 3D(Difficult, Dangerous, Dirty) 진료과목으로 인식되던 외과계의 변화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대한외과학회 이우용 이사장은 “최근 외과계 3D는 Dedicative(헌신), Decisive(결단), Diligent(근면)으로 대변된다”며 “이러한 외과계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것 같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