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사상초유의 감염병 사태는 말기환자들의 임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상황 속에 말기환자들의 연명의료 비율이 크게 늘었고, 응급실 사망률도 급증하는 등 임종의 질이 크게 저하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센터장 김범석)는 최근 주요 사업 활동과 성과를 담은 ‘2021년 사업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센터에 의뢰된 완화의료 환자는 총 1759명, 월평균 147명으로 2018년 90명, 2019년 113명, 2020년 122명에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의뢰 장소는 외래 837명(47.6%), 병동 651명(37%), 응급실 130명(7.4%), 중환자실 141명(8%) 순이었다.
진료과별로는 혈액종양내과 의뢰가 1076명(61.2%)로 가장 많았으나, 2020년 대비 응급의학과, 소화기내과, 호흡기내과, 신경외과 등 외과계 및 비암질환 진료과의 의뢰가 증가했다.
특히 센터는 코로나19 상황 속 환자와 가족, 의료진의 안전을 위해 의료기관 내 면회제한과 가족 돌봄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환자들이 고독한 임종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 주목했다.
실제 코로나19 시대의 상급종합병원에서 환자들이 어떤 임종을 맞이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2019~2020년 사망한 암환자 1456명을 대상으로 후향적 코호트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결과 2019년보다 2020년에 응급실 사망이 2배 가량 증가했다. 또한 임종기 환자가 경험하는 불편한 증상과 연명의료 시행 비율이 높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인실이나 중환자실 등 면회제한이 엄격한 장소에서 임종 전 섬망, 승압제 사용, 임종 1개월 전 심폐소생술 시행이 더욱 증가했다.
이를 통해 임종과정의 환자들이 편안하고 존엄한 죽음과는 거리가 먼 임종을 맞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센터는 코로나19로 인한 중증질환자의 돌봄체계 문제에 주목했다.
재택의료‧가정간호,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구급대원, 호스피스, 요양병원 등 보건의료종사자 9인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한 후 질적 연구 분석을 시행했다.
그 결과 코로나19로 중증질환자는 의료 이용에 불편함을 겪을 뿐 아니라 의료기관의 이용이나 돌봄 방법의 선택지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방역 우선에서 기인한 비인간적인 생애말기 돌봄과 임종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센터는 임종 돌봄의 질 향상을 위한 교육 동영상을 제작하고, 가정형 호스피스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또한 사별가족 상담 전문봉사자를 양성하며 말기 돌봄부터 임종 준비와 임종 후 사별에 이르기까지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밖에도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치료 지속 및 중단, 연명의료, 장기이식, 환자의 삶의 질, 의료진-환자-가족 간 갈등 등 다양한 윤리적 이슈에 대해 임상윤리 지원을 했다.
김병관 진료부원장은 “앞으로도 완화의료와 임상윤리 분야의 진료, 교육, 연구를 아우르며 우리나라의 ‘가치 중심 의료’를 실천하는 본보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범석 센터장(혈액종양내과 교수)은 “환자와 가족 돌봄을 위해 고군분투한 센터의 발자취를 통해 각 현장에서 ‘인간다운 의료’ 실현에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업보고서는 전국 완화의료전문기관 및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 기관에 배포됐으며,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홈페이지에서 열람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