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병원 직원의 가족에게 진료비를 할인해준 병원장에 대해 법원이 환자 유인‧알선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영리 목적을 추구한 것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는다면 이를 의료법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검사는 환자 본인부담금 감면 기준을 의료기관이 자의적으로 해석한다면 의료시장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본인부담금 감면액이 상대적으로 소액에 해당된다는 단서를 이유를 들며 무죄를 선고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안과병원 원장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앞서 A씨는 병원에서 일하는 행정직원 가족에게 본인부담금을 할인해준 혐의를 받았다. 조사 결과, 약 4년 동안 206회에 걸쳐 총 402만원의 본인부담금을 할인한 사실이 확인됐다.
1심 재판부는 이같은 행위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느느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유죄를 판단했다.
이어 해당 사건에 대해 “직원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가족 등 지인들에게도 할인해 준 점, 환자 수납액을 아예 받지 않기로 한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의료기관 등이 본인부담금을 할인해 환자를 많이 유치하게 되면, 진료한 환자 수에 상응하는 비용을 공단이나 기금으로부터 받게 되기 때문에 금전적 이익을 취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만일 A원장이 직원 복지 차원에서 본인부담금을 면제하려 했다면, 의료법에 따라 개별적으로 관할 지자체장의 사전승인을 받았어야 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A씨 등이 할인한 내역이 급여 부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따로 무죄를 선고하진 않고, 선고를 유예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A씨 행위가 의료법이 금지하는 환자 유인행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본인부담금 감면 행위가 유인행위에 해당하려면 기망 또는 유혹의 수단으로 환자가 의료인과 치료위임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거나, 환자 유치 과정에서 일명 ‘브로커’에게 금품을 제공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는 의료인이 본인부담금을 임의로 감면해 주는 것을 허용하면 결국 요양급여비용으로 전가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라고 설명하면서, “현행법 체계는 요양급여비용의 적정성 평가, 부장한 비용 징수 절차를 통해 통제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을 뿐 본인부담금 감면 자체를 금지하는 것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해석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A원장의 경우 감면 대상이나 실제 감면받은 횟수 등을 고려할 때 의료시장의 근본 질서를 뒤흔들 정도에 이른다고 볼 증거는 없다”며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2심 재판부의 판단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 등이 없다며 대법관 일치 의견으로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