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엔데믹(endemic)을 염두한 방역체계 개선에 나서면서 일선 병원들도 일상 회복 시점을 놓고 분주한 셈법 가동에 들어갔다.
특히 짧게는 수 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게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해 온 감염병전담병원들의 고민이 깊은 모습이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정점을 지나 풍토병으로의 전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전담병원 시스템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고심 중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 8일 감염병전담병원에 대한 단계적 병상 축소를 예고했다. 대다수 확진자가 경증이고, 재택치료가 확대되면서 중등증 병상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조치다.
감염병전담병원의 중등증 병상 가동률은 지난 2월 54.3%까지 올랐다가 서서히 하락세를 보이면서 최근에는 30% 초반 수준까지 내려갔다.
일반진료 수요와 한정된 의료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고려할 때 감염병전담병원 병상을 적정 수준으로 감축하거나 일부 지정을 해제하겠다는 계획이다.
방역당국은 전담병원의 중등증 병상 전체 2만4618개 중 30% 수준인 7000여 병상을 축소할 예정이다. 시도별로 조정계획을 수립, 오는 18일부터 단계적 해제에 들어간다.
‘단계적 축소’라는 전제가 달렸지만 사실상 감염병전담병원 운영 중단을 예고한 셈이다.
이에 따라 감염병전담병원들은 향후 행보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물론 현재 병상이 비어 있어도 보상이 이뤄지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전담병원 운영 종료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일부 감염병전담병원의 경우 이러한 상황을 예견하고 올해 초 방역당국에 전담병원 연장 불가 방침을 전달했다. 이들 병원은 오는 7월부터 예전 진료 시스템으로 전면 전환할 예정이다.
방역당국이 공언한 회복기간 동안의 진료비 손실 보전 여부도 주요 관심사다. ‘전담병원’ 타이틀을 내려 놓더라도 해당 병원들에 일정기간 동안 보상을 해주는 방식이다.
복지부는 그동안 전체 병상 중 코로나 병상 비율에 따라 전담병원 운영 종료 후 최대 6개월 회복기간 동안 진료비 손실(운영일수 50~200%)을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진료비 손실은 입원과 외래, 급여와 비급여 수입을 포함한다. 약제와 치료재료는 제외. 전체 병상을 음압병실로 전환한 병원은 최대 1년의 손실(운영일수 200%)을 보상해 주기로 했다.
일단 감염병전담병원들은 당장 일반 진료시스템으로 전환하더라도 일반 격리병상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수 있고, 그에 따른 통합격리관리료를 받게 된다.
통합격리관리료는 상급종합병원 54만원, 종합병원 32만원, 병원 16만원, 요양병원 10만원이다.
그동안 직접비용에 더해 기회비용까지 파격적인 지원을 받아온 전담병원들 입장에서는 더 이상 자격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다.
실제 감염병전담병원들은 음압전실 공사, 칸막이, 간이화장실 설치, 구획 정리 등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치료를 위한 시설 구축 및 장비 구매, 임차비용까지 지원 받았다.
5000만원 미만의 경우 100% 국고 지원,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은 85%, 1억원 이상은 70% 지원이 이뤄졌다. 여기에 미사용병상은 물론 부대사업까지 보전 받았다.
전담병원 운영 중단을 결정한 종합병원 원장은 “감염병전담병원 역할을 점차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제는 일반진료체제로 회귀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경영자 입장에서 보상기전만 놓고 보면 매력적일 수 있지만 지금은 코로나19의 풍토병 전환을 감안한 진료 시스템 대응이 필요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