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산하 중앙보훈병원이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한 간병·청소·이송 등을 담당하는 업무지원직원들에게 추가업무를 지시하고 이들에게 마땅한 탈의실과 휴게실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의료노련) 보훈병원노조 중앙보훈병원지부에 따르면 1400여 병상 규모의 중앙보훈병원에 현재 약 500여 명이 업무지원직으로 근무 중이다.
최근 병원 홈페이지 내 게시된 채용 공고에 따르면 업무지원직은 간병지원·병동보조·청소원·외래보조·환자이송 등으로 나뉜다. 이들은 무기계약직 또는 계약직이다.
직무내용을 보면, 병상 시트 교체 등을 수행하는 린넨 업무는 간병지원·병동보조·외래보조·환자이송직 모두에게 주어지기도 한다.
환자이송을 담당하고 있는 의료노련 관계자는 “내 업무를 하다가도 사람이 없으면 환자와 편의점에 가고 환자 퇴원 시 짐을 옮겨준다”며 “업무 분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예삿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간호사들이 바쁠 때는 우리가 그들 대신 약국을 다녀와야 한다”며 “특히 마약류 의약품을 조달하는 것은 의료진이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병원 측은 “약품 구매는 운영실(물류지원부)에서 일괄 구매 처리하기 때문에 업무지원직 업무에 약품 구매가 포함돼있지 않다”면서도 “식약처와 보훈공단의 마약류 관리지침 등에 따라 병원 내 마약류 의약품의 운반·보관 등은 약사·간호사 뿐 아니라 원내 종사자 모두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마약류 이송업무는 심부름이 아닌 환자 치료와 관련된 병원 고유 업무”라고 명명했다. 설령 업무지원직들이 의료진 대신 수행하더라도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린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A씨는 “나는 직함만 린넨 담당일 뿐 급할 때는 환자이송도 하고 환자 퇴원 시 지급할 약을 받으러 약국도 갔다 온다”며 ”공익근무요원이 출근하지 않으면 그들 업무도 다 넘어오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이리저리 불려가 뛰어다니다 보니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하는 여직원이 한, 두명이 아니다”며 “이토록 부려먹으면서 무기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만 지급하는 게 가장 화난다”고 호소했다.
병원측 "4차례 간담회 진행 등 업무수행 범위 이견 좁히고 있다"
지부 측은 “병원이 원래 정규직인 ‘중상이보조원’을 채용했었다”며 “최근 들어 이들을 뽑지 않고 무기계약직인 업무지원직을 채용해 동일한 업무를 수행케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중상이보조원들은 그 인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상이보조원은 한시적으로 계약직으로 채용된 바 있으나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보수규정에 의거, 정규직과 동일한 조건의 처우를 받았다.
실제 홈페이지 내 채용 공고를 보면, 지난달 15일까지 업무지원직 채용 공고는 계속 올라왔다. 반면 중상이보조근무자 채용 공고는 지난 2013년 11월 마지막으로 게시됐으며 임용은 같은 해 12월 마지막으로 이뤄졌다.
이와 관련, 지부 측은 “병원과 공단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한편, 이러한 업무분장 문제가 병원 내부적으로 지속적으로 제기, 금년 4월부터 최근까지 4차례 간담회가 진행됐다.
병원 측은 “간담회에서 업무지원직원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마약·혈액 불출 및 이송인력을 별도 배치해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했다”며 “간호본부가 업무분장 관련 회의를 지속 요청했으나 업무지원직이 여러 사유로 수차례 거절해 간호본부가 근무자들의 병동으로 찾아가 면담을 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우리 병원에서는 환자이송직이 환자보조업무도 함께 수행해왔다”며 “간호본부 내 여러 직종이 존재해 발생하는 업무수행 범위에 대한 이견을 좁히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눈치보며 탈의실 이용, 청소직원은 관장실 칸 막은 1평 공간서 휴식
업무지원직원들은 “휴게공간은 물론 탈의실조차 편히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출근하면 유니폼으로 환복해야 하는데, 각종 의료물품을 보관하는 공간에 마련된 탈의실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이 탈의 중일 때 간호사들이 물품을 가지러 들어오는 일도 빈번하다는 전언이다. 심지어 병동마다 사정이 달라, 공간이 마땅치 않은 병동에서는 남녀공용으로 탈의실을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지부 측은 “이성 직원 간 시간을 피해 배려해가며 환복하고 있다”며 “청소직원의 경우, 청소도구 보관실에서 옷을 갈아입거나 층마다 설치된 관장실에 칸을 막아 마련한 1평 남짓한 임시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병원 측은 이러한 문제를 인지, 최근 업무지원직용 탈의실 공간을 확보했다. 탈의실은 제 2-3관 2층 연결통로 정신건강의학과의국 앞에 설치될 예정이다. 현재 탈의장 구비를 완료하고 보안시스템을 설치 중이며, 조만간 사용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병원 측은 “현재 치과병원 증축 공사를 위해 원내 부서 이전 배치가 이뤄지는 등 병원 내 활용 가능한 공간적 여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직종별 휴게실 운영이 불가하나 내부 논의를 거쳐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