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제 3병원’ 설립을 두고 수차례 논의와 불발이 반복됐던 경희대의료원이 이번에는 하남시로 눈을 돌렸다.
경희대의료원은 하남시 창우동 일대 부지에 300병상 이상의 병원 및 각종 편의시설을 설립하는 ‘H2 프로젝트’ 사업자 공모에 신청서를 최근 제출했다.
이번 공모에서 경희대의료원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한화건설은 공모 기준인 300병상보다 많은 500병상 이상 병원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김기택 경희대 의무부총장 겸 경희대 의료원장도 “최고 수준의 병원이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 것이라는 확신 아래 ‘학문과 평화’의 경희학원 설립 정신과 가치·철학에 따라 공영의 가치 확산에 이바지하고자 한다”며 이번 사업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런데 병원계 일부 인사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그동안 경희대의료원은 여러 차례 새 분원 설립을 검토, 추진했지만 결국 무산된 바 있기 때문이다.
500병상 규모 '친환경 병원' 승부수
하지만 이번에 경희대의료원이 공모 참여 소식을 알려온 H2프로젝트는 그동안 불거졌던 분원 설립설과는 다른 결에서 살펴야 한다.
먼저 경희대의료원이 정부 산하 기관이 발주한 공모사업에 참여, 새 병원 건립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각 지자체와 ‘1 대 1’ 협상을 벌였던 것과 달리, 대형 자본을 가진 기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펼쳐나갈 수 있는 만큼 이전보다 적극적인 모습이다. 특히 이번에는 한화건설이라는 든든한 파트너와 손을 맞잡기도 했다.
또 하남시는 경희대의료원 브랜드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이란 설명이다. 하남시 창우동과 바로 인접한 강동구 상일동에 위치한 강동경희대병원이 다져온 입지를 바탕으로 이 지역의 거점 의료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경희대의료원 고위 관계자는 “강동경희대병원 통계에 따르면, 하남시에서 온 환자 비중이 예전보다 크게 늘어나 지금은 40% 정도다. 하남 신도시 입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앞으로 이 지역 환자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존 강동경희대병원에 대한 높은 인지도는 병원이 초반에 자리를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업이 요구하는 병원 규모가 비교적 아담하다는 점 또한 매력적인 조건으로 작용한 것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수도권 지역에 들어서는 대학병원은 대부분 800~1000병상 규모다. 병원이 설립되고 처음 몇 년간은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형 의료기관 설립을 결단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경희대의료원-한화건설 컨소시엄은 이 사업 기준인 300병상보다 조금 확대된 500병상 규모의 병원을 계획하고 있다. 수도권에 주요 대형 의료기관에 비하면 다소 작은 규모다.
물론 비용적인 측면만이 고려된 것은 아니다. 경희대의료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500병상’은 참신한 시스템을 도입하기에 적절한 크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희대의료원-한화건설 컨소시엄은 이번 공모에서 ‘친환경 에너지’를 도입한 실험적인 병원을 구상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올해 초 ESG경영을 선포하며 친환경 에너지 분야를 핵심 사업으로 정했다. 이후 수소에너지를 중심으로 관련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친환경 병원'에 대한 양기관의 공통된 관심이 컨소시엄 구성으로 이어졌단 전언이다.
한편, 경희대 제 3병원 설립설을 둔 회의적인 반응에 대해 이 고위 관계자는 “분원 설립과 관련해선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기관과 검토가 이뤄졌다. 항상 소문의 진원지는 의료원이 아니었다. 우리 의도와는 다르게 논의 중인 내용이 흘러 나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