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전문병원 ‘위상 강화’와 ‘실리 추구’라는 야무진 각오로 회무에 돌입했지만 예기지 못한 복병이 ‘턱’하고 발목을 잡았다. 집행부 출범 후 연이어 터진 대리수술 사태는 충격을 넘어 시련이었다. 자칫 ‘전문병원’ 전체 위상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집행부 입장에서는 대리수술 여파 축소가 급선무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과감하고도 선제적인 조치와 자정노력 등이 더해져 큰 동요없이 마무리 됐다. 숨가쁜 취임 8개월을 보낸 대한전문병원협의회 이상덕 회장은 안도의 한숨보다는 미뤘던 현안에 의욕이 더 커 보였다.
“공교롭게도 취임 직후 곪았던 부분이 터졌어요. 그렇다고 낙심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죠. 선제적으로 대응한 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이상덕 회장은 전문병원 제도 태동부터 협의회 출범에 이르기까지 국내 전문병원 제도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다. 그만큼 ‘전문병원’에 대한 이해와 애착이 크다.
회원병원들 역시 그에게 거는 기대가 상당했다. 준비된 회장의 시너지는 취임 직후부터 발현되는 듯 했다.
회무 연속성에 세대교체까지 염두한 인사를 단행함과 동시에 단단한 네트워크를 통해 정부와의 공식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등 3년 임기의 서막을 수려하게 여는 중이었다.
하지만 취임 2달 만에 전문병원 대리수술 의혹이 불거졌다. 더욱이 인천에 그치지 않고 광주, 서울까지 연쇄적으로 사건이 터졌다.
난감했다. 전문병원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만큼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즉시 긴급이사회와 윤리위원회, 임시총회를 열고 해당병원 제명권고안을 채택했다. 뿐만 아니라 근골격계 전문병원 자정안을 마련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했다.
국회에서는 업무정지 3개월 시 전문병원 지정을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전문병원에 대한 1등급 하락 행정예고 의견서도 제출됐다.
이상덕 회장의 한 발 빠른 대처와 한 단계 높은 자정노력에 여론은 해당 병원들과 전문병원을 별개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전문병원 전체 문제로 비화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위기상황 대처에만 지난 8개월을 소모한 것은 아니다.
이 회장은 이 기간 동안 내부회의 41회, 외부회의 22회 등 무려 60회가 넘는 회의와 간담회 등을 진행하며 크고 작은 회무를 챙겼다.
“신속하고 냉철한 대처로 위기 극복, 전문병원 도입 취지 살리는 데 총력”
“정부의 전향적 행보, 정책적 지원 등 높아지는 기대감”
그 중에서도 이 회장은 전문병원협의체 출범 및 운영에 가장 큰 애착을 나타냈다.
이상덕 회장 취임 이후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전문병원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 행보였다. 실제 과제가 여전한 전문병원 제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별도의 협의체가 꾸려졌다.
이름하여 ‘전문병원협의체’. 의료계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간 현안 논의 기구인 의정협의체와 같은 맥락이었다.
협의체 가동은 전문병원협의회 출범 이래 처음이었다. 특히 특정 직역이나 직능과 정부가 정례적으로 만나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채널을 가동하는 것도 이례적이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사회연구원, 대한전문병원협의회 등은 최근 전문병원협의체 첫 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협의체 운영에 들어갔다.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며 협의체에 힘을 실었다. 무엇보다 보건의료정책과를 비롯해 보험급여과, 의료기관정책과 등 현안에 따라 협의 주체를 달리했다.
지금까지 총 6회에 걸쳐 전문병원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비롯해 각종 현안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이번 협의체 구성은 평소 제도 개선을 위한 정부와의 소통 필요성을 강조해온 이상덕 회장의 건의를 복지부가 전적으로 수용하면서 성사됐다.
이상덕 회장은 “협의체는 전문병원 제도 개선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 행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며 “전문병원 제도 활성화를 위한 의미 있는 결과물이 도출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논의의 장이 마련된 만큼 기능가산을 비롯한 다양한 현안이 다뤄질 것”이라며 “10주년을 맞은 전문병원 제도에 큰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전문병원발전협의체에서는 향후 전문병원의 바람직한 정책 방향 설정을 위해 순천향대학교 보건행정경영학과 함명일 교수팀에게 ‘환자경험평가’ 조사연구를 의뢰했다.
조만간 최종 연구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협의체에서 구체적인 방향성과 정책들을 다듬어 간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도 1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를 꾸려 내년도 가이드북 발간, 홍보동영상 제작 등 전문병원 출범 10년 역사를 반추하는 노력도 기울이는 중이다.
이상덕 회장은 “전문병원 제도 도입 취지가 십분 발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내년부터는 보다 많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회무에 더욱 경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