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강원도의사회가 직선제 채택 15년 만에 선거를 치렀고, 김택우 회장[사진]이 당선됐다. 김택우 회장이 이끌고 있는 강원도는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곳으로, 원격의료 관련 그의 입장에 관심이 쏠렸다. 그는 원격의료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의학적 안전성·법적 안전장치·제한적 허용 등 조건을 내걸었다. 대리수술·수술실 성추행 등에 대해서는 자율징계권 한계를 인정하고, 사후조치를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는 결이 다른 발언이다. 대한의사협회 기자단이 김택우 회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Q. 올해 강원도의사회 회장 선거가 이전처럼 단독후보 추대가 아닌 양자대결로 치러졌다. 당선 원동력은
A. 회칙상 직선제를 채택한지 15년이 경과됐지만, 직선제를 치룬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최대 쟁점은 소통부재, 정책방향, 회원권익, 의협의 방향설정, 회무활성화, 강원도 의료정책결정, 의료악법대처 등이었고, 이에 대한 방향 제시, 민의 반영 및 전달, 의협에 강원도 회원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것인가 등이었다. 원동력은 20년 이상 시, 도, 의협 및 비대위, 대의원회 일을 하면서 회원들과 동고동락했던 점, 친화력, 추진력 등 덕분이라고 본다.
Q. 강원도의사회는 비급여 보고 의무화와 관련해 시도의사회 중 가장 먼저 거부를 선언했다. 이와 관련 회원들의 참여는 어떠했나. 또 시도의사회장협의회를 통해 공유된 진행 상황이 있다면
A. 비급여 공개 및 고지제도가 가지는 문제점은 수차례 언론을 통해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향후 의료계에 미칠 여파가 명약관화한 상태라 먼저 거부선언을 했고, 현재 회장 및 도(道) 임원진을 포함한 약 2%정도가 미제출 상태다. 8월 초까지 분석한 바로는 59%만 제출했다. 그 이후 의협 입장이 공개까지는 제출하자고 메시지를 내는 쪽이어서 98%의 회원들이 참여한 걸로 알고 있다. 도의사회도 회원들 불이익을 최대한 줄이려는 목적으로 시군의사회 지역 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하라고 했던 사안이다. 현재 도 임원과 일부 회원들이 제출에 반대해 뜻을 같이 하고 있다. 과태료 부분 등의 행정조치 발생으로 회원 피해가 발생한다면 미제출 회원들과 행정소송 등 방법을 계획하고 있다. 협의회를 통해 공유된 상황은 공동대처가 주목적이었다. 공개든 보고든 자료 제출을 거부하자가 주안점이었지만, 당시 공개제출을 진행한 의료기관이 지역별로 차이가 있었다. 이 때문에 시도회장들에게 가부(可否)를 맡겼고, 이후 보고부분에 대해서는 강력 대처키로 결정했다. 현재 보고 건은 의협과 공동으로 대처하고 있고, 강원도치과의사회와 함께 1인 시위 등 다양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Q. 불법 대리수술, 수술실 성추행 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의료계 내부서도 자율정화 요구가 커지고 있다
A. 어려운 문제다. 징계권 내지 관리권 등 행정력이 동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 등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또 대리수술이 무조건 나쁘다로 접근을 해버리면 대학병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공의 교육 시 수술 문제, 개원가 직원이 어디까지 업무를 분담할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 등 기준이 없다. 의사가 되기 전에 인성교육도 중요하다. 자율징계권으로 모든 걸 해결하기가 어렵고, 정부가 사법기관에 준한 권한을 주기도 요원해 보인다. 그래서 범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한 사후조치를 철저히 하는 방안을 건의해 보려고 한다. 개원가는 보건소에 신고만 하면 개설이 되고, 병원급은 허가를 받는다. 봉직의는 간단한 면접만 치르면 된다. 이런 과정에서 성범죄자 및 법을 어긴 의사가 언제든지 제2, 제3의 범죄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지역의사회 경유 후 신고, 경유과정 내지 면접과정에서 범죄이력을 조회할 수 있는 협조체계를 갖춘다면 범죄자는 더 이상 의료계에서 일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리라 본다. 아울러 불법 제보 시 자료수집 및 출석에 응할 수 있도록 규칙을 만든 후 소명 기회를 주고, 3회 출석요구 및 자료제출 거부 등 규칙 위반 시에는 보건복지부 및 검찰에 고발조치를 할 수 있도록 내부 규약을 만들어 공포하는 것도 방안이다.
Q. 의협 정관상 시도의사회는 의협 회무를 이행하는 지부이지, 견제하는 기구가 아님에도 일부 시도의사회에서는 의협 집행부에 대해 견제 시각을 갖고 있다
A. 의협정관은 제41조, 제 43조 등에서 각 시도의사회 회칙이 정하는 바에 따른 회무를 진행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실제 각 시도의사회장은 의협회장이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각 시도의사회의 회칙에 따라 선출돼 독립적으로 회무를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각 시도의사회는 기본적으로 의협 회무에 협조하면서도, 견제할 의무가 있는 조직이다. 지난 2013년에도 시도의사회는 의협 집행부의 만성질환관리제 TFT 참여를 거부하며 회원들의 권익을 지켰다.
Q. 취임 후 이필수 회장은 투쟁과 협상 균형을 강조하며 국회 등 대외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A. 투쟁에 무게를 둔 회장도 있었고, 협상에 무게를 둔 회장도 있었다. 나름 장단점이 있다. 41대 집행부의 이필수 회장님은 투쟁보다는 협상파에 더 가까운데, 이런 부분이 당선에 기여했다. 고무적이다. 대화와 협상을 중심으로 하는 방향성에 더 공감하지만, 사안에 따라 행동하고 움직일 줄 아는 지도자가 됐으면 한다.
"범죄 등 이력 의사 사후 관리 철저 방안 필요, 규칙 위반시 복지부 검찰 고발 등 조치"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환자 온정주의, 의료기관 등 신뢰 얻기 힘들어”
“각종 공적 지원받는 공공병원이 지역의료체계 왜곡시키고 있으며 의료취약지 대책 안돼”
“원격의료 등 규제특구 참여기관 20곳→7곳 감소, 의료계 입장 반영 안된 산업적 측면만 강조"
"의사들 깨어 있고 적극 행동해야 국회도 정부도 변한다"
Q. 국회에서 ‘의료분쟁조정 강제 개시 법안(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추진코자 한다
A.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중재원)의 감정은 과학적, 전문적인 판단에 의거해 합리적인 조정 절차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측면에서 온정주의적 시각을 견지하면서 과실이 없는 의료기관도 배상을 하라는 조정을 반복하고 있다. 사법기관의 의료사고 감정을 의뢰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로 온정주의적 감정으로 과실이 없는 의료인들에게 책임을 묻게 하는 등의 잘못된 행태가 반복돼 의료기관들이 중재원 분쟁조정 절차를 신뢰하기 힘들고, 조정에 응하는 비율도 낮게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중재원의 잘못된 관행 결과로 의료사고에 대해 과도한 민형사상 처벌이 반복되고, 그 결과 중증환자를 진료할 의료기관과 의사가 점점 줄어드는 심각한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은 ‘의료분쟁조정 강제 개시’를 고려할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이 중재원 감정과 중재를 신뢰할 수 있도록 전문성과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 먼저 모색돼야 한다. 현재 사망 및 1급 장애범위를 중증장애까지 넓혀달라는 요구가 있다. 하지만 모든 의료사고로 확대하는 것은 장애 대상이 정해져야 심의하고, 판단하는 분쟁조정위원회 성격과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Q. 의료 접근성에 대한 지역사회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의료취약지 문제로 공공병원 설립 등 공공의료 정책을 강화하려는 정부여당 정책을 어떻게 보나
A. 의료취약지가 발생 문제는 의료기관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저수가, 심평의학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정책 실패로 해당 지역 의료기관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선진국 유일의 의료기관 당연지정제로 인해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감시, 감독을 받으며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도 코로나19 사태로 병상 확보 명령까지 받으며 준공공기관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반면 기존 공공의료기관들은 보건소부터 의료원까지 공적 지원을 받고 있으면서도 지역 민간의료기관과 실적을 겨루는 등 부당 경쟁을 해 지역 의료체계를 왜곡시켰다. 지역 의료접근성을 악화는 물론이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했을 때 공공병원 설립 등은 의료취약지 대책이 될 수 없고, 오히려 또 다른 부작용만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인구 감소 등으로 발생하는 의료취약지역에 대해서는 119 및 인접 지역 의료기관들과 연계한 긴급이송체계를 좀 더 꼼꼼하게 구축 및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인 해결 방안일 될 수 있다.
Q. 올해 정기총회서 대의원들은 원격의료 관련 시대적 상황에 맞게 대응하라고 집행부에 위임했는데
A. 원격의료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말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시대 변화와 편리성 때문에 기본을 지키지 않는 의료시스템은 더 많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현재처럼 게이트 키퍼가 없는 의료전달체계 상황과 응급의료시스템의 정비가 없는 원격의료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지난 2014년 의협 의료정상화를 위한 비대위에 참여 하면서 정부의 일방적인 원격의료 추진에 맞선 적 있었다. 알다시피 원격의료는 대면진료에 비해 안전성과 유효성 등이 부족하고, 의료분쟁 책임 소재 등으로 인해 의사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 의료접근성과 지역 의사밀도 분포 등을 고려할 때, 외국과 비교하는 것은 더 더욱 맞지 않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시행되고 있는 이른바 전화상담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다. 대면진료가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야기되는 오진이나 의료분쟁 가능성 등에 대해 정부는 어떠한 책임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오히려 급여 고시에 있어 ‘의학적 안전성이 있다고 의사가 판단하는 경우’라고 적시해 결국 책임은 의사에게 있다는 것을 명시한 셈이 됐다.
무조건 원격의료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의료인 간 원격의료는 가능하다. 필요하다면 법으로 명시돼있는 의사와 의사 간 원격진료, 협진, 판독 등을 활성화해도 된다. 다만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립돼 있지 않고 그에 따른 의료분쟁의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정부가 먼저 입장을 분명이 밝혀야 한다. 아울러 원격의료, 원격진료, 원격모니터링 등에 대한 검토 과정 없는 원격의료법 개정에 반대한다. 의학적 및 기술적 안전성에 대한 검증작업, 법적책임에 대한 정비(안전장치 마련), 제한적 허용, 원격진료 수가, 대면진료 대체 불가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추가로 허용방식, 허용정보 통신기술규정, 허용 질환, 제공 의료기관 및 제한조건 등을 규정해야만 원격진료만 하는 병의원을 차단할 수 있다.
Q. 이번 국정감사에서 원격의료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특히 강원도는 규제특구로 지정돼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기도 한데, 여기에 참여한 회원들과 의견 교환이 있었나
A. 지난 2019년 7월 24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규제자유특구위원회를 거쳐 강원도 춘천, 원주를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에 포함시켜 발표를 했다. 참여 의료기관을 파악한 결과, 올해 초까지 20여개 기관이었지만 현재 7개 기관으로 축소된 상태다. 해당 의료기관 회원과 의견 교환 결과, 사업을 담당하는 교수 등과 친분·학연 등으로 인해 거절하기가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했고, 일부 회원은 1차의료기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원격모니터링에 참여를 권하기도 했다. 의사회 입장은 현재 반대다. 의료계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중기부가 산업화 측면에서 규제특구란 명목으로 원격진료 도입을 시도하려 한 것 자체가 문제다.
Q. 강원도 디지털케어 규제자유특구 원격의료 실증특례 기간이 2년이 연장됐다
A. 소수의 참여기관으로 한계를 느낀 듯하다. 이 때문에 결과도출에 실패해 추가 연장이 된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지사가 인정했듯 중기부가 산업화 측면에서 진행해서 강원도도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고, 향후 의료계의 동의 없이 강행하지는 않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또 원주, 춘천지역에서 모 업체의 모니터 무상 교체 관련 민원 발생 시 암묵적으로 원격의료를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타 사업의 접목을 시도 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판단해 의협과 공동대처를 통해 무상모니터를 반납했다.
Q.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회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먼저 드린다. 지역 현안을 겸허히 경청하고 회무 및 의협에 전달하고 있다. 강원도의사회 회관 설립을 준비하다가 좌초된 적이 있었다. 회원들 마음 속 상징인 회관 건립에 힘을 기울이고자 한다. 힘을 모아 주길 부탁드린다.
또한 포퓰리즘 의료 악법이 줄줄이 통과됐고, 대기 중인 것도 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 비급여 공개 및 보고화법, 의사면허취소법, 원격모니터링 입법화, 간호사 단독법안 등 의협만 쳐다보고 가기에는 산적한 현안이 너무도 많다. 의료계가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종주단체인 의협과 강원도의사회, 회원들이 함께 손잡고 노력해야 한다. 지역의사회 한계에 좌절하지 말고 의료 현안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주시길 부탁드린다. 가장 중요한 것은 회원 모두 깨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어느 누구도 우리를 위해 대신 희생 해주지 않는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 국회도 정부도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