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서울아산병원이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첫 번째 분원을 설립한다. 국내 최대규모 병원이 대형의료기관 격전지인 인천에 새 병원을 세운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병원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8일 열린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제안서 평가에서 서울아산병원 컨소시엄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인천경제청은 행정절차를 거쳐 금주 이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하고 연말 중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본계약이 체결되면 800병상 규모의 ‘서울아산병원청라’ 설립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병원이 들어서는 청라의료복합단지는 청라국제도시 해안가 부지에 조성된다. 사업비만 3조원 가량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청라는 서울아산병원의 첫 분원이 될 전망이다.
아산사회복지사업재단 산하 병원 중 지방이 아닌 수도권에 지어지는 두 번째 의료기관이기도 하다. 그동안 부족한 의료 인프라를 메우기 위해 의료기관을 세운 것과 달리 대형병원 각축전이 벌어지는 수도권에 본격 진출하고 나선 것이다.
오랜 시간 신중을 기했던 병원이 선택한 곳은 ‘청라’였다. 병원계에선 서울아산병원이 이 곳을 차세대 전초기지로 정한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첫 번째는 외국인 환자 접근성이다. 청라의료복합타운이 들어서는 청라국제도시는 인천공항과 가깝다. 사업을 주관하는 인천경제청 또한 외국인 환자 유입을 큰 장점 중 하나로 꼽았다.
서울아산병원은 국내 대형 의료기관 중에서도 해외환자 증가세가 가파른 곳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를 휩쓴 지난해에도 병원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가 1만2000명을 넘었다. 같은 해 병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해외 유저수도 3배 가까이 뛰었다.
감염병 사태가 종식된 이후 서울아산병원을 찾는 해외환자는 예년보다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기적으로 병원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환자들을 품기 위한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비용적 측면이다.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은 지침에 따라 병원에 부지가 제공되고 건축비용이 지원된다. 올해 초 진행된 위례의료복합타운 조성사업에서 토지 공급가만 3000억원으로 책정된 것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파격적인 혜택이다
실제로 많은 의료기관이 분원설립을 망설이는 이유는 천문학적인 비용 때문이다. 적게는 수 년, 많게는 십 년도 넘게 초기 적자를 감수하는 것이 쉬운 선택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은 병원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이기도 했다. 건설 비용 부담이 덜어진 만큼 시설과 인력에 투자할 여력이 생겼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본원 의료진 순환근무·첨단 의료장비 및 3500억 대규모 투자 예고
여러 조건을 따진 후 한번 결단을 내린 서울아산병원은 적극적인 투자 계획을 밝혔다.
사업제안서 평가에 앞서 서울아산병원 측은 청라의료복합타운 조성을 위해 약 3500억 원 규모의 병원 자체 예산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금은 병상 수를 기존 공모 요건인 500병상에서 800병상 규모로 확대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800병상’은 인근 주요 대형병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규모다.
최근 개원했거나 개원을 앞둔 대학병원 현황을 살펴보면 2014년 개원한 국제성모병원이 613병상, 2026년 개원할 예정인 송도세브란스병원이 1000병상 수준이다. 인천 지역 터줏대감들인 길병원이 1450병상, 인하대병원이 909병상, 인천성모병원이 870병상 등이다. 기존 계획인 500병상은 이들 병원에 비해 다소 작은 규모였다
이어 양질의 의료인력 수급을 위해 ‘본원 의료진 순환근무제’ 도입을 공언했다. 지방은 물론 해외에서도 환자들이 찾아오는 본원과 동일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의료진 외에도 다각도에서 원내정보시스템도 본원과 동일한 체계를 가져온다. 분원이지만 서울아산병원이 가진 브랜드를 온전히 들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은 청라에 들어설 병원을 ‘청라아산병원’이 아닌 ‘서울아산병원청라’로 명칭하고 있기도 하다.
이 밖에 장기이식센터와 뇌심혈관센터를 구축할 방침이다. 장기이식과 심혈관질환은 서울아산병원이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분야다. 외국인 환자를 위한 ‘원스톱 진료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밝히는 등 해외환자를 위한 서비스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첨단 장비로는 중입자 가속기 추진 계획을 밝혔다. ‘꿈의 암 치료기’라고 불리는 중입자 가속기는 최근 서울대병원과 연세의료원이 자존심을 걸고 도입을 선언한 기기다. 기기비용과 관련 설비를 설치하는 데 약 3000억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5 의료기관도 ‘큰맘 먹고’ 들여야 하는 초고가 기기를 본원보다도 먼저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인천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 소재 주요 대형병원과 경쟁하면서 글로벌 수준의 병원으로 키워내겠다는 포부를 내보인 셈이다.
실제 서울아산병원 내부적으로도 청라 분원에 대해 큰 기대감이 엿보이고 있다.
박승일 병원장은 평가 결과가 발표된 이후 내부 공지를 통해 “서울아산병원청라가 개원하면 진료와 교육, 연구에서 서울아산병원 이상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국가 의료바이오산업 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우리 병원에 새로운 활력과 에너지를 불어넣고 나아가 우리 후배들에게 물려줄 새로운 30년 미래 발전을 위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미래 경쟁력을 이 곳에서 키워나가겠다"고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