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됐다 무산된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재판에서 제주도의 개설 허가 취소는 적법했다는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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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영리병원 법적분쟁의 최대 쟁점이었던 조건부 허가 즉 ‘내국인 진료 제한 적법’ 여부는 판단이 보류됐다.
이번 재판 결과는 향후 영리병원 허가에 있어 답안을 제시하는 논리적 근거가 될 전망이어서 일찍부터 그 향배에 관심이 쏠렸다.
제주지방법원은 20일 중국 녹지그룹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병원 측이 내국인 진료를 제한한 제주도의 조건부 허가가 부당하다고 여겼더라도 일단 기한 내에 개원을 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의료법 제64조 제1항을 제시했다. 해당 법령에는 의료기관 개설 허가 후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병원 측은 제주도의 개설 허가가 늦어져 인력이 빠져나갔다고 주장하지만 허가 이후 아무런 개원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은 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번 소송의 핵심인 ‘내국인 진료 제한’에 대해서는 판단을 미뤘다.
녹지국제병원이 제주도의 개설 허가에도 불구하고 진료를 개시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내국인 진료 제한’이라는 조건부에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건의 본질은 건드리지 않은 셈이다.
병원 측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된 의료법 15조를 근거로 내국인 진료 제한 조치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즉, 내국인이 제주 녹지병원을 찾아 치료를 요청할 경우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막을 수 없는 주장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외국인 의료 관광객에게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특별법에 명시하면 내국인 진료를 거부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으로 맞섰다.
앞서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을 승인한 보건복지부는 “허가권자가 제주도인 만큼 제재를 가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사실상 공을 제주도로 넘겼다.
보건복지부가 영리병원 논란에서 사실상 발을 빼면서 녹지국제병원과 제주도의 법정다툼이 시작됐고, 이번 재판부의 ‘내국인 진료 제한’ 적법 여부 판단 보류로 제주도는 찜찜한 1승을 거둔 상태다.
1심 재판부는 내국인 진료 제한과 관련한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 조건 취소 청구 소송'은 이날 기각된 허가 취소 소송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선고를 연기했다.
△개설 허가 취소가 적법하다고 판단된 만큼 조건부 허가 취소 소송으로 원고가 얻을 법률적 이익이 없는 점 △상소심 판결에서 1심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는 점을 선고 연기 이유로 들었다.
만약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도 이번 1심 판결이 유지될 경우 조건부 허가 취소 소송은 ‘각하’되지만 역으로 허가가 되살아나면 위법 여부를 따질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는 얘기다.
결국 제주도의 ‘내국인 진료 제한’ 조치의 적법성 여부는 이번 재판의 최종심 이후에나 판가름이 나게 됐다.
한편, 중국 녹지그룹이 전액 투자한 녹지국제병원은 헬스케어타운 내 부지 2만8002㎡에 연면적 1만8253㎡(지하 1층·지상 3층)에 778억원을 들여 2017년 7월 완공됐다.
녹지그룹은 2015년 6월 복지부의 사업계획 승인을 근거로 2017년 8월 28일 제주도에 개설허가를 신청했으나 부담을 느낀 도는 수 차례 결정을 미루다 2018년 3월 공론조사를 결정했다.
공론조사위원회는 설문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개원 불허를 권고했으나 제주도는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 우려와 외교 관계 등을 고려해 2018년 12월 5일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부 허가를 결정했다.
내국인 진료 제한에 반발한 녹지국제병원 측이 법에 정해진 개원 시한인 2019년 3월 4일이 지나도록 개원하지 않자 도는 청문 절차를 거쳐 같은 해 4월 17일 조건부 허가도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