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검진평가 현실 무시'…개원가 불만 비등
방대한 서면자료 제출 부담 커…'개원 실정 모르는 교수들이 지표 개발'
2013.08.14 00:01 댓글쓰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진행 중인 ‘연 300건 이상 실적 의료기관 건강검진기관 평가’를 두고 개원가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공단은 서면평가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으며, 그 결과를 이달 말까지 제출토록 했다.

 

하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에선 “제출해야 할 서류가 너무나 방대하고 복잡해 소규모 의료기관에서 할 수 없다. 의원급은 검진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단 검진평가 문제점

 

실제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검진평가서에는 660개에 달하는 평가 문항을 기입해야 한다. 또 수백 종에 달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등 소수의 직원으로 운영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작업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이에 대해 한 개원의는 “평소 검진을 얼마나 잘했느냐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평가서 작성을 얼마나 잘했느냐로 평가를 받는다”고 비난했다.

 

각 의사단체에는 ‘검진 평가를 담당하는 직원이 격무에 시달려 퇴사를 고려한다’, ‘평가서를 작성할 여력이 없어 망연자실하고 있다’는 제보를 비롯해 ‘내년부터는 검진기관을 취소하겠다’는 제보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접수되는 모습이다.

 

검진평가 자체가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보편적 접근성을 담보하기 위해 검진기관 자격을 확대해 국민들이 가까운 의원에서 쉽게 검진을 받게 하겠다는 검진의 정책 취지에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본적인 검사까지 모든 사항에 대해 원내 지침서를 만들고 제출’토록 하는 등 항목의 양 뿐만 아니라 항목 자체도 상당한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개원의는 “인력이 풍부하고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나 가능한 서면평가를 의원급 의료기관에도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분명 문제”라고 우려했다.

 

검진평가 지표는 누가 만들었나

 

이 같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지표들은 공단이 모 대학에 외주를 주고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해당 대학은 각 분야별 자문단을 꾸려 지표를 개발했다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 참여자 대부분은 의원급 의료기관 실정을 전혀 알지 못하는 교수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지표는 병원급이나 의원급이나 같은 지표여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병원급에서도 하기 힘든 검사항목들을 의원급에도 강요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개발 과정에서 평가 대상자인 개원의들의 참여 여부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구색 맞추기 식으로 몇몇 개원의들을 참여시킨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의원협회는 “개원의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실질적으로 교수들로만 구성돼 개발된 지표는 원천적으로 무효”라며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은 지표 개발은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협회는 대한의사협회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했다. 의원협회 관계자는 “각 개원의 단체별로 개별적 노력을 하고 있으나 정작 의협은 침묵하고 있다”며 “이해할 수 없는 현상으로 의협은 즉각 개원의들의 목소리를 취합하고 정리해 사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건보공단은 건강검진의 질 향상과 수검자 만족도 제고를 위해 검강검진기본법 제15조에 의거, 의원급 건강검진기관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이달 30일까지 진행되는 서면평가에 이어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현장평가를 실시한 후 최종 결과를 내년 4월 통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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