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이례적으로 삼성그룹 오너가 아닌 새로운 이사장을 맞이할 것으로 보여 추이가 주목된다.
현재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돼 이사장 결격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삼성생명공익재단은 3월 중 이사회를 열고 이사장 교체 안건을 처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은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은 사회복지법인 이사 등 임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만기 출소 이후에도 3년간 재단 임원으로 복귀할 수 없다.
그동안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은 사실상 삼성그룹 총수가 맡아왔다. 삼성그룹 산하 재단 중에서도 오너 일가가 3대에 걸쳐 이사장을 역임한 것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유일하다.
초대 이사장은 고(故) 이병철 회장이 역임했다. 2대 이사장은 고(故) 조우동 전 삼성중공업 회장이 맡았으며, 이어 고(故) 이건희 회장이 이사장을 역임했다.
이건희 회장이 잠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을 당시에는 이수빈 전 삼성생명 회장이 이사장직을 맡았다. 그는 복귀 이후 다시 이사장직을 역임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주요 사업인 삼성서울병원의 건립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직접 병원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병원 운영에 적합한 주요 보직자 인사에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촌지 없는 병원, 환자 중심 병원’이란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설립 이념을 확립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5년 당시 와병 1년째였던 이건희 회장 임기가 만료되면서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선대 총수들이 애착을 가졌던 만큼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직은 상징적인 의미를 가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됐을 때는 ‘상징적 승계’라는 평가도 나왔다.
2018년 이재용 부회장의 이사장 연임이 결정될 당시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회는 “재단 설립 취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 삼성의 경영철학과 사회공헌 의지를 계승, 발전시킬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생명공익재단 사업보다는 다른 분야에 보다 관심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에 이어 이사장에 선임된 2015년,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실무를 지휘할 ‘대표이사’ 직을 신설했다.
당시 이사회는 “이 부회장이 각종 대외업무 등에 바쁘다보니 공익재단 일을 일일이 챙기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해 대표직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등 큰 사업을 운영할 상임 대표이사가 필요하단 것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 초대 대표이사는 윤순봉 전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사장이 맡았으며, 이어 성인희 전 삼성정밀화학 사장이 역임했다.
현재 대표이사는 임영빈 삼성생명 고문이다. 임 대표이사는 지난해 12월 열린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회에서 선임됐다.
이처럼 이사장 외에 재단 운영을 이끄는 대표이사가 자리하고 있는 만큼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장직에 물러나도 당장 재단 운영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단의 주요 사업기관인 삼성서울병원도 예정된 시설투자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규모 별관 리모델링 공사는 3월 초 현재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역시 지난해 말 발족한 ‘진료혁신 T/F’는 진료예약서비스나 병원도착 서비스 개발 등 다양한 진료환경 개선을 위한 각종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재단 상황보다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일부 사업계획이 변경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며 “환자중심병원, 안전한 병원을 위해 전 직원이 변함없이 합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