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인천, 광주, 서울 등 잇따라 불거진 대리수술 의혹과 관련해 해당 병원들이 소속돼 있는 대한전문병원협의회가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직 이들 병원의 대리수술이 사실로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섣부른 조치는 자칫 해당 병원들에 ‘주홍글씨’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대리수술 의혹이 제기된 인천, 광주, 서울 척추‧관절 전문병원들과 관련해 협의회 차원에서 징계 절차가 진행된 곳은 인천 21세기병원이 유일하다.
전문병원협의회 윤리위원회는 21세기병원의 대리수술 의혹이 협의회 회원으로서 중대하고 명백한 품위 위반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리고, 제명을 권고했다. 협의회는 윤리위원회 권고를 받아들여 21세기병원에 대해 제명 조치했다.
하지만 지난 6월 대리수술 의혹인 불거진 광주 A병원과 이번에 압수수색이 이뤄진 서울 B병원에 대해서는 윤리위원회를 소집하지 않았다.
통상 협의회는 윤리위원회 소집에 앞서 해당 병원에게 소명 기회를 부여한다. 21세기병원의 경우 소명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아 잠재적 인정으로 판단하고 윤리위에 회부했다.
그러나 광주 A병원과 서울 B병원은 대리수술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방대한 분량의 소명자료를 제출했다.
특히 광주 A병원의 경우 "대리수술 의혹 제보는 악의적 의도에 의한 허위사실에 해당한다"며 제보자에 대한 법적대응을 예고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동업자 중 한 명이 부정행위를 자행해 2018년 10월 원장단 전체동의로 병원에서 제명했고, 그 조치에 앙심을 품고 하지도 않은 대리수술 의혹을 제기했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병원 관계자는 “해당 원장은 3년 가까이 다른 원장들을 협박했고, 올해 새로운 병원 인수자가 최종 해임 처분을 내리면서 분풀이성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원장은 다른 원장들과의 갈등이 ‘대리수술’ 문제를 지적하면서부터 시작됐다는 입장으로, 상호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최종 수사결과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전망이다.
서울 B병원 역시 대리수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의료기기 업체 영업사원이 수술방에 출입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의사를 대신해 수술하는 일은 결코 없었다는 주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없는 사실을 마치 있었던 것처럼 꾸민 악의적인 제보”라며 “당당한 만큼 조사에 성실히 임해 사실을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대리수술 의혹이 불거진 3개 병원 중 2곳이 관련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만큼 대한전문병원협의회는 일단 수사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의혹만으로 자체징계를 내리는 것은 자칫 억울한 상황으로 내몰 수 있는 위험성이 다분한 만큼 시시비비가 확실하게 가려질 때까지는 섣부른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전문병원협의회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대리수술 의혹이 불거진 3개 병원 모두 전문병원이라는 점이 곤혹스럽지만 혐의를 부인하는 만큼 신중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회원병원들은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