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임수민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중환자병상이 부족해지는 등 의료기관 인프라 확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경기도 일대에서 대학병원들의 신(新)병원 건립 움직임이 활발한 모습이다. 국내 대학병원들이 인구가 밀집돼 있지만 의료시설이 부족한 경기도 지역에 거점 병원을 잇달아 건립할 예정이다. 경기 북부는 다양한 신도시 개발로 투자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훗날 통일을 대비한 남북보건의료 협력의 선도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 때문에 신병원 건립 열기가 치열하다. 을지재단과 아주대의료원 등이 경기 북부에 신 병원 건립을 추진 중이다. 경기 동부는 경기도 내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유일한 생활권으로, 남양주시와 위례신도시 등이 종합병원 유치를 위한 의료기관 공모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기 서부에선 김포시 경희대의료원 ‘제 3병원’ 건립 여부가 관심이다. 인천시와 서울시 사이에 대형병원 공백을 해소할 거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 남부는 서울대, 중앙대, 한양대, 아주대 등 주요 대학병원들이 신병원 건립추진에 대거 뛰어들었다. 올해도 용인세브란스가 개원한 데 이어 향후 대형병원 격전지로 점쳐지고 있다. 최근 경기 각 지자체가 진행 중인 주요 의료기관 유치 사업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경기 북부권의 서울 및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들의 새 병원 건립 열기는 그 어느 지역보다 뜨겁다.
최근 파주시와 의정부시 등에 신도시가 잇달아 들어서며 신규 환자 확보가 용이할 뿐 아니라, 수도권 북부 지역거점병원으로 훗날 남북보건의료 협력의 선도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대의료원은 오는 2027년 경기도 파주시에 병원을 착공할 예정이다.
파주시와 아주대병원은 지난 8월 28일 최종환 파주시장과 박형주 아주대학교총장을 비롯해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파주시청 대회의실에서 파주메디컬클러스터 내 아주대병원 건립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파주시 운정신도시 일대에 대규모로 조성될 예정인 ‘파주메디컬클러스터’는 보건의료 인프라 확충과 4차 산업 중심의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파주시 역점사업으로, 아주대병원을 비롯해 국립암센터 의료연구센터와 의료·바이오 연구소 및 기업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파주시 관계자는 “파주메디컬클러스터 내 종합병원을 유치한다고 발표한 후 여러 병원에서 제안을 받았지만 최종적으로 아주대병원과 업무협약을 진행키로 결정했다”며 “2027년쯤 착공에 들어가 2030년 완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경희대병원과 명지병원 등도 파주시에 신병원 건립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의정부시는 내년 3월 을지대학교 의정부캠퍼스 및 부속병원 개원을 앞두고 있다.
대지면적 12만4399㎡, 연면적 21만676㎡의 을지대학교 의정부캠퍼스·부속병원은 경기 북부지역 최대 규모인 898병상(지하 5층∼지상 15층)으로 조성된다.
을지재단은 38개 진료과와 7개 특수부서, 7개 전문진료센터(척추족부센터, 뇌신경센터, 여성센터, 난임센터, 소화기센터, 심혈관센터, 내분비센터) 등을 통해 환자를 위한 치유와 재활, 직원·지역민을 위한 건강 증진이 가능한 의료문화 복합 공간을 구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응급환자의 긴급이송을 위한 헬리포트 시설도 마련된다.
헬기장은 옥상 1곳으로 계획됐으나 헬기로 긴급 이송해야 하는 산악 사고와 군부대 응급 환자가 많은 경기 북부 의료 환경을 고려해 인근 대운동장을 추가, 2개로 늘렸다.
을지대 의정부병원은 금년 10월 준공이 승인되면, 11월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해 정식 개원 전까지 의료 장비와 시설을 점검할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 전무한 의료 불모지 ‘경기 동부’
하남시와 남양주시 등을 아우르는 경기 동부 지역은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경기도 내 유일한 생활권이다. 구리시의 한양대병원과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등이 종합병원으로 지역 주민들의 의료를 담당하고 있다.
신도시 개발로 인구가 증가하는데 상급종합병원의 부재로 주민 불편이 가중되자, 남양주시는 지역거점 대형 종합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병원 사업자 공모를 검토 중이다.
남양주시는 지난 2016년 3월 호평동 백봉지구 부지에 연면적 3만3000㎡, 5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유치를 선언하고 의료기관 공모에 들어갔다.
하지만 국립대병원뿐 아니라 사립대병원 역시 반응은 미적지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양주시는 지난 2019년 6월 공개모집에 나섰으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참여의사를 밝힌 기관이 없자, 같은 해 9월과 10월 두 차례 더 공공의료기관에 안내문을 발송했고 최근 민간의료기관으로 대상을 확대해 의료기관을 설립할 사업자 물색에 나섰다.
서울시 송파구와 경기도 성남시, 하남시를 아우르는 위례신도시 또한 대학병원 설립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은 "금년 3월 21대 총선 공약과 관련 '활력있는 송파를 위한 보건의료공약'으로 위례신도시 내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남 의원은 “행정구역으로 서울시 송파구와 경기도 성남시·하남시로 구성된 위례신도시에는 아직 대형병원이 없는 실정”이라며 “ 최첨단 진료시스템을 갖춘 대형병원 유치를 추진해 주민들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위례신도시에 대학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의료시설용지(1만2551㎡)를 의료복합시설용지(4만4560㎡)로 변경하는 내용 등이 포함한 ‘위례택지개발사업 개발·실시계획 변경’이 지난 7월 국토교통부에서 승인됐다.
남 의원은 “위례택지개발사업지구 내 의료시설용지의 경우 2016년 2회 유찰된 바 있어 대형병원 유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적정 부지 확보를 추진했다”며 "이번 승인으로 종합병원과 R&D센터 등 유치를 위한 의료복합시설용지 4만4004㎡로 계획이 변경돼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 유치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경기 김포 등 서부권, ‘1000병상 규모’ 경희대병원 건립여부 촉각
경기 서부지역에선 김포 풍무풍세권에 들어설 것으로 알려진 ‘경희대 제 3병원’이 초미의 관심사다.
당초 700병상 규모로 알려졌던 병원이 1000병상 규모 확대를 검토한단 얘기도 나오면서 서부지역 의료인프라에 큰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 7월 김포시가 유치 계획을 알린 이후 두 달이 지나도록 업무협약(MOU)도 아직 체결되지 않았고, 경희대의료원측 또한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에 이렇다 할 변화가 없는 상황으로 일각에선 ‘정말 김포시에 제 3병원이 건립되는 게 맞나’는 의문도 제기된다.
앞서 정하영 김포시 시장은 지난 7월 부속병원을 포함한 ‘경희대학교 김포메디컬 캠퍼스’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김포시에 따르면 경희대 실무단은 현장 실사를 마치고 대학부지 공급조건을 확인한 뒤 건립에 긍정적인 의사를 표하는 공문을 회신했다.
하지만 김포시 발표 직후 경희대의료원은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MOU조차 맺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김포시는 8월 말까지 구체적인 협약을 맺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9월 초 현재까지 김포시와 경희대의료원이 신병원 건립과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는 없다. 이와 관련 김포시의원들은 이달 초 열린 본회의에서 ‘각종 추측만 난무하고 시민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하영 김포시 시장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 시장은 경희대에 부지 3만평과 건축비 100억원 등의 지원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 최근에는 기존 700병상 규모에서 1000병상 규모 확대를 검토하는 등 계속해서 ‘파격적’인 조건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병원 설립이 오랜 공약이었던 만큼 아낌없는 공세가 이어지고 있단 전언이다.
경희대의료원 측도 곧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제 3병원의 유력한 후보지였던 파주시가 아주대의료원과 MOU를 체결하면서 선택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경희대학교 관계자는 “공식적인 결과를 낼 정도로 사안이 마무리되진 않았다. 하지만 실무단 측에서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 서부와 인접한 인천시에는 800병상규모의 송도세브란스병원(가칭)이 들어설 예정이다. 최근 건축사와 설계 계약을 맺은 연세의료원은 ‘필요시 1000병상 규모로 확장할 수 있도록 설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남부는 부속병원 러시...서울대 시흥배곧·중앙대 광명·한양대 안산·아주대 평택
경기 남부 주요도시들도 대학부속병원 유치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3월 개원한 용인세브란스병원이 연착륙한 데 이어 서울대, 중앙대, 한양대, 아주대가 신병원 설립에 뛰어들면서 이 지역 의료기관 인프라가 대폭 확충될 것으로 보인다.
시흥배곧서울대병원(가칭)은 800병상 규모로 오는 2026년 개원 예정이다. 시흥 정왕동에 조성되는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내 건립될 예정이다. 앞서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배곧서울대병원은 병원과 캠퍼스를 연계하는 클러스터이자 경기 서남부 의료기관 커맨더, 진료·연구 융복합 모델 등의 역할을 하는 병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흥시에 따르면 지난 10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했고 현재 검토가 진행 중이다. 시흥시는 최근 신병원을 중심으로 의료바이오 헬스 융합단지를 조성하는 2단계 종합계획 수립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중앙대학교의료원은 600병상 규모의 신병원을 조만간 개원한다. 중앙대의료원 산하 두 번째 병원이다. 경기도 광명역 인근에 설립되는 신병원은 지상 12층 규모로 오는 2021년 경기도 광명역 인근에 들어서게 된다.
중앙대 광명병원은 지역 환자의 성향을 분석해 암센터, 소화기센터, 척추·관절센터 등을 갖춘다. 이 밖에 진료권역 최초 하이브리드 수술실도 구축할 계획이다. 광명병원의 공정률은 금년 6월 말 기준 30% 정도다.
안산시의 경우 한양대학교부속병원 설립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안산시는 지난 2월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舊 안산캠퍼스) 부지 내에 종합병원 건설 추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앞서 안산시는 초지동 부지에 종합병원 유치를 추진했으나 10년 이상 답보상태에 머물러 대체 부지를 검토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8월 한양대가 ‘캠퍼스 혁신파크 선도사업’에 선정됐고, 의료기업 유치 등 종합병원 복합개발의 가능성이 발견되면서 적극 추진하게 됐다.
한양대 신병원은 이제 막 설립논의가 시작된 단계다. 규모 등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나온 바 없다. 안산시에 따르면 혁신파크 선도사업 1단계는 오는 2022년 종료되는데, 병원 설립 관련 내용은 이후 2단계 사업에 포함돼 있다. 본격적인 추진은 2023년 이후에나 이뤄지는 것이다.
평택시에는 500병상 규모의 아주대학교 부속병원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신병원은 향후 800병상까지 확대할 계획도 품고 있다. 지난 8월 평택 브레인시티 내 의료용 부지에 대한 경기도의 심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문제로 9월 말로 연기됐다.
평택시에 따르면 의료용 부지 허가가 나는 대로 병원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평택시는 착공 시기를 오는 2025년경으로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