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몸속 분해 스텐트 개발, 남은 재직기간 제품화 매진'
권창일 교수(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2021.02.23 05:0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차병원에서 일한 날보다 일할 날이 적게 남았어요. 남은 기간은 이중층 생분해 소화기계 스텐트 개발에 몰두하려고 합니다. 평생 하나만 잘해도 좋은 인생이라는 미국 지도교수님의 조언처럼요."

자신을 '스텐트 덕후'라고 소개한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권창일 교수[사진]는 분당차병원 3층 회의실에서 기자를 만나자마자 아이패드를 꺼내들곤 그동안의 연구개발 과정을 담은 수십장의 슬라이드를 펼쳐보였다.

슬라이드에는 세계 최초로 체내에서 완전 분해되는 이중층 생분해성 소화기계 스텐트 연구 과정이 차곡차곡 담겨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정부 방역지침을 준수한 가운데 진행된 인터뷰에서 혁신적인 스텐트 개발 스토리를 들려줬다.

Q. 이중층 생분해 스텐트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개발에 뛰어 들었다. 췌담도학회 내 신의료기술연구회가 있는데, 그곳에선 누구나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싶어한다. 물론 허들(장벽)이 높아 쉽게 도전하기 어렵다. 나도 처음에는 내시경 관련 기구인 스텐트에 관심을 갖다가 개발까지 하게 됐다. 사실 진화된 스텐트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존재해왔지만, 사용 과정의 복잡성 때문에 35년 전(前) 개발된 제품을 아직까지 쓰고 있다. 

Q. 기존에는 어떤 스텐트를 사용했나
소화기계에서 쓰는 스텐트는 플라스틱 스텐트와 금속 스텐트가 있다. 먼저 개발된 플라스틱 스텐트는 구경(관 내부 지름)이 작아 불순물이 잘 낀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물 종류를 많이 먹는데, 이런 것들이 자꾸 관에 껴서 담즙 흐름을 방해하다가 결국 막는다. 관을 넣은지 일주일만에 막히는 환자도 있었다. 이에 구경이 넓은 금속 스텐트를 쓰게 됐다. 철그물망 스텐트는 구경이 넓어 안에서 잘 펴진다. 확장성은 좋지만 담도 안에 한번 펼쳐지면 나중에 제거하기 힘들다. 특히 암 환자의 경우 암 덩어리가 철 그물망을 완전히 파고 들어 빼내기가 너무 어렵고, 억지로 제거하려다가 오히려 출혈이나 천공이 생기기도 한다. 장기간 사용하다보면 합병증도 생긴다. 이에 수술이 아주 불가하거나 연세가 많으신 분들에게만 철망 스텐트를 사용한다.

Q. 임상현장에서 새로운 스텐트에 대한 요구가 높겠다
그렇다. 특히 50~60대 담낭암 진단이 늘고 있다. 수술은 완치를 위한 길이다. 그런데 50~60대에 금속 스텐트를 삽입을 권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기존 스텐트를 보완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초점을 뒀다. 쉽게 말해 막히지 않으면서 확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스텐트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인체 이식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체내에서 완전 분해되는 제료를 사용해야 했다. 섬유개발연구원은 폴리머를 이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기존 스텐트 한계 극복하면서 합병증까지 방지 가능"
"64억 민관 지원 연구비 지원받았고 이를 임상시험 투자"
"이중층 생분해 스텐트 임상시험, 2023년 10개 대학병원서 진행 계획"


Q. 연구기간은 얼마나 됐나
폴리머를 이용한 스텐트 개발은 10년 정도 이어져왔다. 그 과정은 지난했다. 기존 스텐트를 보완하기 위해 폴리머 스텐트를 만들었지만, 협착 완화를 위한 충분한 확장력 구현히 쉽지 않고 체내 생분해 과정에서 폴리머가 얇아지기도 전에 부러져 변형되는 문제가 나타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텐트에 사용되는 섬유를 한 가지 물질이 아닌 두 가지 물질을 붙여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체내 분해 시간이 다른 섬유를 이중층(sheath-core) 형태의 구조로 만드는 것이다.

Q. 생분해 기간을 달리하는 방식 말인가
맞다. 섬유 바깥쪽과 중심부에 생분해 기간을 달리하는 각각의 물질을 삽입해 스텐트 팽창 및 복원력을 유지하는 국내 개발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생분해 메디컬 섬유가 스텐트 형태를 충분히 유지하면서 부러지는 현상을 최대한 억제했다. 만약 생분해 과정에서 스텐트가 부러져 형태를 잃어버리더라도 부러진 섬유 조각이 담도에서 즉시 배출되거나 완전히 생분해 돼 합병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 돼지 담즙에 물을 넣어 잘 순환되는지 기존 스텐트와 비교하는 기초실험을 진행했고, 동물실험도 실시했다. 돼지의 담도 입구를 묶은 뒤 담도가 확장되면 여기에 스텐트를 삽입한다. 이 입구를 풍선으로 넓힌 뒤 내시경을 넣어 그 안을 관찰했다. 신소재를 이용한 스텐트 재료 개발부터 모양 개발까지 각 과정은 논문으로 발표됐다.

Q. 이번 개발은 협업이 중요했을 것 같은데
섬유개발연구원 손준식 박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정윤기 박사, 엠아이텍 김규석 책임연구원 연구팀 등이 각자 전문성을 발휘하며 시너지를 냈다.

Q. 스텐트 재료는 국내에서 공급이 가능한가
생체 흡수성 폴리머를 공급하는 국내 업체가 있다. 바로 삼양사다. 삼양사에서 원료만 잘 공급해준다면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

Q. 개발한 스텐트를 출시하려면 임상시험도 진행해야 할텐데
식약처에 의료기기 임상시험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리 연구팀은 기존 연구에 대해 생분해성 스텐트에 치료 약물을 넣어 국소적으로 방출하는 스텐트로 연구도 개발한다. 약물 방출 생분해성 스텐트 개발은 2020년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 중 소화기계 고기능성 스텐트 연구과제에 선정돼 총 54억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민간 지원까지 포함하면 총 64억원의 연구비는 약물방출생분해성 스텐트 식약처 허가를 위한 임상연구에 투입한다. 임상시험은 대한췌담도학회 이사진이 근무 중인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10개 대학병원에서 2023년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Q. 앞으로 계획은
사실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스텐트 덕후'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연구를 가다듬고 발전시켜 나가려고 한다. 이번 연구가 빛을 발하려면 임상시험과 허가 등 10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년 때까지 스텐트 한 분야에만 깊이 몰입해보려고 한다. 미국에 있는 지도 교수님께서도 "평생 하나만 잘해도 좋은 인생"이라고 하셨다. 그 말을 가슴에 새기며 스텐트 개발에 전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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