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인된 요양병원에 대한 정부의 코호트 격리 조치에 대해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환자 관리를 위한 적절한 시설과 인력이 갖춰지지 않은 요양병원을 코호트 격리하는 것은 사실상 ‘환자 방치’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정부 코호트 조치 후 중증 고령환자들 사망이 급증하면서 적잖은 사회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가족들의 원망과 분노 역시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한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은 지난 12월 28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코호트 격리돼 일본 유람선처럼 갇혀서 죽어가고 있는 요양병원 환자들을 구출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자신을 코로나로 코호트 격리 중인 서울 구로구 소재 요양병원의 의료진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일본 유람선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으나 일본 정부 오판으로 코호트 격리돼 712명이 확진되고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안다”며 “전세계에서 이를 비난했는데 이보다 더한 일들이 대한민국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요양병원 간병사들은 모두 나가고 일부 간호사가 나간 상태에서도 환자 치료에 대한 사명감으로 일하던 간호사들 7명이 확진됐다”며 “간병, 간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병동당 1~3명의 인원이 환자를 돌보기 때문에 식사 및 기저귀 갈기, 체위변환, 가래흡인 등에 문제가 생기고 엑스레이 장비도 이동이 제한돼 환자 상태 평가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그는 “격리된 병동에서 수십명의 환자들을 레벨D 방호복 등 4종 방호구를 착용하고 기저귀 갈기 등 환자 케어를 담당하고 있으며, 인력부족으로 제대로된 치료도 힘든 상태”라며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1명의 수간호사가 또 쓰러졌다고 방금 연락이 왔다”고 위급함을 피력했다.
이어 “요양병원, 요양원, 정신병원 등은 인력 및 행정 지원없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코호트 격리는 현재 입원 중인 환자들을 방치하고 국민의 생명을 앗아가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서울 지역의 전담병원 확보가 신속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글은 등록 하루만인 29일 오후 5시 기준 1만2000여 명이 동의한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29일 부천효플러스요양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요양병원 코호트 격리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최대집 회장은 “코호트 격리로 인해 급속하게 코로나19가 전파돼 더 많은 환자들이 생기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해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며 “무분별한 요양시설 코호트 격리 조치로 감염된 의료진이 환자들을 치료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 대해 코로나19 전담병원 및 병상 확보에 총력을 다할 것을 촉구하면서 "신규 확진자 수를 줄이기 위해 일시적인 거리두기 3단계 상향 등의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