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개선 전제, 의대 정원 '증원' 찬성 가능"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장
2023.09.11 05:15 댓글쓰기

"비필수의료나 미용성형 의사들과 비교해 차별받고 있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근본적인 의료제도 개혁이 이뤄진다면 의대 정원 증원도 찬성할 수 있다."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회장은 10일 서울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2023년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최근 장폐색 수술 지연 외과의사 유죄 판결을 비롯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의사면허 취소법, 비급여 신고 보고, 한의사 초음파 의료기기 사용 등 외과계에 영향을 미치는 의료 현안이 산적해있다.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현안마다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외과계 형편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당직 등 과중한 업무로 교수들까지 지쳐가고 있고, 젊은의사들은 외과 지원을 꺼리고 있다. 


외과 전문의 자격을 획득하더라도 실제 외과 의사로 근무하는 의사 수는 줄어들고 있다. 외과 전문의 7000여 명 중 수술하는 의사는 1500~1800명에 불과하다는 게 외과의사회 설명이다. 


이세라 회장은 "전문의 자격을 따더라도 배를 열고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감소하고 있다"며 "수련병원에서 외과 전공의들 대부분은 차트 정리하는 일에 배치돼 있고, 전공의특별법으로 근무시간도 단축돼 수련에 지장이 생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외과 전공의 수련 지장, 펠로우 돼야 실제 수술방서 술기 연습 가능"


그는 "펠로우나 돼야 수술방에서 실제 술기 연습을 할 수 있는 처지"라며 "필수의료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외과 몰락을 막으려면 정부가 대폭적인 수가 인상 등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영덕 보험부회장도 "전공의특별법 시행과 함께 도입 중인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병원은 입원전담전문의를 충원했지만, 그렇지 못한 병원이 더 많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최동현 총무부회장은 "외과 의사들 의료행위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며 "기승전 수가냐는 비판도 있겠지만, 우리가 부담하는 위험과 의료행위 난이도에 맞는 가치를 인정해줘야 전공의 지원도 늘고, 필수의료도 살 수 있다"고 호소했다. 


송기호 학술부회장은 "필수의료는 외상환자, 중증응급환자 등 즉각적인 책임이 많이 부여되는 분야"라며 "이번 학술대회에서 마련한 필수의료 및 전공의 정책 세션에서 실제 의료사고와 관련한 형사처벌 문제, 적정 보상 등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필수의료 활성화 논의 과정에서 외과의사회가 제외되고 있으며, 가끔 참석하면 외과의사회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협의에만 배석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실제 최근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7월 간호사가 뇌출혈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응급 수술체계 개선 회의를 여러 차례 진행했지만 외과의사회는 배제됐다. 


이세라 회장은 "협의체에 참석하지 못해 항의성 공문을 보냈음에도 복지부는 우리 요구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며 "이번 보건복지부 차관과의 간담회에는 형식적으로 초대했지만, 온통 상급종합병원이나 3차 의료기관에 대한 이야기만 나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료정책에 있어 더욱 더 불균형을 유발하는 정책만 제시했다"면서 "수술 결과에 따라 수십억까지 배상을 요구하는 의료소송이 줄잇게 되면 전공의들 지원은 더 줄고, 필수의료 육성을 위한 정부 노력도 허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회장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결과는 내년 전공의 모집으로 확인될 것"이라며 "전국민 의료보험을 시작한 1988년 이후 땜질식으로 변화해 온 의료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지금이라도 필요하며, 만약 개혁이 가능하다면 의대 정원 증원도 수용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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