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네트워크병원을 개설할 때 명의를 빌려 준 고용의사에게서 부당이득금을 징수하는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환수 금액이 74억원에 달하는 데다 원고 측이 항소할 것으로 보여, 네트워크 병원을 둘러싼 법정 공방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이승한)는 최근 안산 튼튼병원장 홍 모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을 기각하고, 공단 측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앞서, 튼튼병원 네트워크의 실제 소유주는 박 모 이사장으로 박 씨는 튼튼병원을 운영하면서 고용 의사들의 명의로 각 지역에 병원을 추가로 개설해왔다.
안산 튼튼병원의 경우, 박 씨가 2008년 1월 말 안 모씨와 공동 개설했으며 원고 홍 씨는 2010년 8월부터 봉직의로 근무했다가 2012년 8월에 병원 개설 명의자로 변경됐다.
지난 4월 건보공단은 원장 홍 씨와 이사장 박 씨가 의료법 상 의사 한명 당 1개의 의료기관만 개설토록 한 규정인 '1인1개소법' 위반했다고 판단, 병원이 공단으로부터 받은 요양급여비 74억4671만여원을 전액 환수 조치키로 했다.
이에 홍 씨가 환수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홍 씨는 “자신은 명의 대여자이므로 부당이득 징수 처분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2년 의료법 개정 전에는 의료기관의 복수 개설·운영이 적법한 상태였고, 개정 의료법 시행과 동시에 운영을 중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료법 위반을 적용해 제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홍 씨 측은 올해 11월 21일 시행 예정인 개정 건보법을 이유로 들기도 했다. 개정 건보법에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 시 보험급여비용 지급을 보류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신설했는데, 여기에도 복수 개설·운영은 포함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안산 튼튼병원은 이사장 박 씨의 여러 의료기관 가운데 최초로 개설된 곳이므로, 박 씨가 다른 의료기관을 설립해 복수 운영의 상태에 놓일 수는 있지만, 이는 다른 의료기관이 개설됐기 때문이지 안산 튼튼병원 운영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도 펼쳤다.
더불어 “환수기간 동안 홍 씨의 급여총액은 4억8000만원에 불과하고, 환수금액에 환자본인부담금까지 포함돼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환수 처분은 재량권 일탈 및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재판부는 안산튼튼병원 역시 의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사장 박 씨가 홍 씨의 명의를 빌려 안산 튼튼병원을 개설했으므로 실질적인 개설·운영자는 박 씨라고 봐야하고, 박 씨가 이미 김 모씨 등 3명의 명의를 빌려 대전, 안양, 제주에서 튼튼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면서 이에 따라 “안산 튼튼병원 역시 의료기관 중복개설금지 규정에 위반한 의료기관”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료기관 중복개설 및 운영 금지 규정 위반의 책임은 실질적인 개설자인 박 씨에게 있고 원고 홍 씨에게는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홍씨는 이사장 박 씨가 다른 병원들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자신의 명의를 대여해줬고, 안산 튼튼병원 개설명의자로서 자신의 통장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으므로, 부당이득징수 처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21일 시행 예정인 개정 건보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재판부 설명의 요지는 '건보법 개정에 따라 지급보류제도가 시행되더라도 네트워크 병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지급거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의 개설·운영을 보다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해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에 대해 공단이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그 외의 경우가 요양급여비용 지급 보류 대상이 되지 않는다거나 부당이득환수처분의 대상이 되지 않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건보공단 김준래 변호사는 “네트워크병원에 대한 환수처분의 적법성을 인정한 첫 판례”라면서 "지급 거부 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은 있었으나, 적극적 환수 처분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환수액이 크고 유사 사건에 대한 항소가 진행 중이라 원고 측이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튼튼병원 대표원장 박 모 씨에 대한 소송은 대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박 씨는 2014년 4월 의료법 위반죄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후 항소를 제기했으나 기각됐으며 박 씨는 대법원에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