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에서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가 선고됐고, 오히려 재판부가 이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개탄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지난해 수 억원대 리베이트를 제공해 물의를 일으켰던 의료기관 구매물류 대행사 ‘이지메디컴’ 관계자 전원이 또다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함께 기소된 ‘케어캠프’ 관계자들에게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변론이 재개됐다.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불법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이지메디컴 관계자들과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대형병원 임원 8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초 이지메디컴은 정보이용료 및 임대료 명목으로 전국 대형병원에 2억470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아왔다. 당사자들은 오고 간 돈의 목적이 경제적 이익이 아니란 점을 강조해 혐의를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의료기기 구매대행업체가 병원 시설을 임대해야 할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계약서와 임대 목적 부동산의 소재지가 다른 점 등으로 미뤄 해당 금액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오고 간 정황이 확실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들이 주고받은 금액은 보험상한가에 따른 차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을 해쳤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문제는 의료기관 구매물류 대행사가 병원에 제공한 금품이 개인에게 가지 않으면 현행법상 처벌한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이에 재판부는 돈의 귀속 주체가 의료기관인 점을 감안해 어쩔 수 없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1심에서도 “리베이트 처벌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의료 관련 종사자들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해야지만 정보이용료 제공의 경우 병원과 업체가 수익을 본 것이기 때문에 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이 선고된 바 있다.
재판부는 “관련 법이 없다는 이유로 혐의가 대부분 입증됨에도 불구하고 무죄 판결을 내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관련 법 개정을 통해 건전한 유통질서를 문란케 하는 리베이트 척결이 하루라도 빨리 앞당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