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전화 통화로 진료한 후 약을 처방해도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 동안의 의료법 통념을 뒤엎는 판례인 만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제1부(대법관 김창석)는 최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신 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전화 진찰이 의사가 직접 진료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1심, 2심의 유죄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재판부는 "1회 이상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고 살 빼는 약을 처방 받은 환자를 전화 또는 이와 유사한 정도의 통신매체를 통해 진찰 한 후 처방전을 내린것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전화나 화상 등을 이용해 환자의 용태를 의사가 스스로 듣고 판단, 처방전을 발급했다면 의료법 상 문제될게 없다는 얘기다.
전화는 물론, 이에 상응하는 진료가 가능한 원격전자 통신 매체만으로 진찰 한 뒤 환자에게 약을 처방해도 의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현 의료법의 파격적 해석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현재 의료법은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위반할 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 동안 처방전과 관련된 규정 및 처벌이 법적으로 강력히 시행돼 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판결이 일선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의료법은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 편의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운용해야 한다"며 "첨단 기술의 발전 등으로 세계 각국이 원격의료를 확대하고 있는 바, 한국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한편 신모 씨는 지난 2006년 1월부터 2007년 5월까지 1차례 이상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은 환자에게 직접 진찰하지 않고 전화 통화로만 진료하고 추가 처방전을 발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50만원, 2심에서 200만원을 선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