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지방의료원이 휘청거리고 있다. 경남 진주의료원은 폐쇄 위기에 처했고, 전북 남원의료원은 의료원장이 단체협약을 해지함에 따라 노조가 재파업에 돌입할 태세다. 강원도 역시 영월·속초·강릉·원주·삼척 5개 의료원의 향배를 두고 경영 진단에 나섰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지방의료원의 핵심적 원인은 만성인 적자다. 이를 두고 ‘공공성’을 강조하며 건강한 적자를 끌고 갈 것인지, ‘아니면 수익성’을 이유로 폐쇄를 강행해야 할지 등 경영개선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 ‘공공의료 죽이기’ 서막인가
지방의료원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2월 26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발표하며 불거졌다. 발표 시기가 박근혜대통령 취임 다음날이란 점에서 노조와 야당의 반발이 컸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은 “박근혜 정부의 공공의료 죽이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 종로 보건복지부와 경남도청 건물 앞 기자회견과 함께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보였다. 3월 27일에는 500여명이 참석한 대규모 집회에서 14명의 노조원이 집단 삭발을 감행했다.
이에 앞서 전북 남원의료원에서는 작년 12월 7일부터 27일간 노조파업이 진행됐다. 남원의료원지부 이용길 부지부장은 “의료원장은 경영난을 이유로 지난 2009년부터 임금 동결 및 예산축소, 단체협약 무시 등 구성원들의 희생을 강요해왔다“고 주장했다. 당시 파업은 노사가 파업과 단체협약 해지 철회 내용이 담긴 합의서를 작성하며 일단락됐지만, 3월 13일 의료원장이 단체협약 해지 통보함에 따라 재파업 위기에 처했다. 이 부지부장은 “단체협약 해지 취소를 위한 투쟁에 나설 예정이며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남원의료원의 파업 기간 동안에는 중환자실, 산부인과 등 필수유지 업무는 운영됐지만 환자들은 주변 병원으로 옮겨가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 부지부장은 ”병원에 파업 사실을 일주일 전에 알리자 병원장이 나서서 환자들을 다른 병원에 가라고 내보냈다“고 전했다. 결국 의료원이 위기에 처하자 곤란을 겪는 대상은 환자가 된 것이다.
진주의료원 역시 폐업 이야기가 가시화되자 환자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실에 따르면 경남도청이 환자와 보호자에게 퇴원을 종용하는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지방의료원 논란 속 강원도에 위치한 영월·속초·강릉·원주·삼척 5개 의료원도 향후 운영 유지 및 이전, 폐쇄, 매각 등을 결정하기 위한 평가를 앞두고 있다.
강원도의회는 작년 11월 5개의료원 행정사무감사를 하며 강원도 의료원 중 일부 의료원에 대한 매각, 폐쇄, 이전, 위탁 등을 강원도에 권고한 바 있다.
이에 강원도는 1월부터 ‘의료원경영개선팀’을 TF로 꾸리고 각 의료원들의 경영상태 진단과 대안 마련에 돌입했다. 4월초까지 전반적인 의료원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연구 용역 공모를 받고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경영성과 및 공공성 역할 정립 등을 포함한 의료원 평가연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의료원 이전, 폐쇄, 매각 등에 관한 사항도 연구 내용에 담겨있다”고 밝혔다.
지방의료원 34곳 중 7곳만 흑자
진주의료원의 폐업 결정 사유는 ‘적자’다. 진주의료원을 제외하고도 전국 지방의료원들은 만성적인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2년 지역거점공공병원 운영 평가 및 진단 결과’에 따르면 2011년 전국 지방의료원 34곳 중 7곳만 흑자를 냈다. 진주의료원을 비롯해 나머지 27곳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진주의료원의 적자규모는 62억원으로 149억원으로 가장 큰 손해를 보고 있는 서울의료원 다음이다. 이어 군산의료원 49억원, 의정부의료원 34억원, 부산의료원 32억원, 천안의료원 29억원, 파주의료원 28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적자총액은 모두 655억원으로 흑자를 낸 김천의료원, 충주의료원, 포항의료원, 서산의료원, 청주의료원, 울진의료원, 제주의료원 7곳을 모두 합해도 약 26억에 이르는 것과 비교해 상당히 큰 폭이다.
당시 복지부는 지방의료원의 경영효율성을 분석하고 ‘낮은 입원환자 수익성’, ‘수익 대비 높은 인건비 단가’, ‘투자의 비효율성’ 등 경영수지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분석 결과 지방의료원의 입원환자 수익의 경우 유사규모 민간병원 대비 83%였다. 하지만 지방의료원의 인건비율은 비슷한 민간병원과 비교해 157%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노조는 “지방의료원의 적자는 건강한 적자다. 높은 인건비 지적 역시 노조원들은 임금동결은 물론 임금 체불 상황에서도 의료서비스를 진행해 왔다”고 반박했다.
▲ 공공의료 살리기 책임은 지자체 VS 복지부
지방의료원이 만성적인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지원책뿐만 아니라 경영 개선이 절실하다. 이 같이 지방의료원 운영을 책임질 주체로 복지부에 눈길이 쏠리는 가운데 복지부는 지방의료원을 설립한 지자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이번 진주의료원 사태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오다 논란이 거세지자 진영 장관이 홍준표 도지사에게 폐업을 다시 생각해 볼 것을 권유했다. 그럼에도 경남도는 폐업 결정에 대한 입장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1일 직원 정례조회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 등을 두고 "어떤 잡음과 비난이 있어도 기차는 간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복지부가 손을 놓고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복지부는 작년 지역거점공공병원 운영평가 결과 발표 이후 산하 의료원에 대한 구체적 경영개선 목표와 이행계획을 수립할 것을 지자체에 요구했다.
복지부 공공의료과 관계자는 “지자체로부터 지방의료원 경영 개선 계획을 작년 연말까지 보고 받고 현재는 계획을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사항이 아니어서 지방의료원이 적자를 개선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또한 그 관계자는 “복지부가 직접적으로 나서기 보다는 지자체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길러주고 경영 개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공공의료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복지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수차례 복지부가 나서서 지방의료원 경영 개선을 주도해 나갈 것을 요구해 왔다. 법률상 지자체에 책임이 있고 복지부는 직접적으로 나설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고 반박했다.
야당 역시 지방의료원 폐업에 보건복지부가 직접 관여하는 법안을 발의 중이다. 3월 22일 오제세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지방의료원을 설립 또는 해산할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또한 민주통합당 이목희, 김욕익 등 복지위원들 역시 지난달 25일 진주의료원을 직접 방문해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철회하라”고 주장하는 한편 토론회 등을 통해 “복지부가 책임지고 진주의료원 사태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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