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영업사원 병·의원 출입금지 선포 5개월
이전보다 문호 조금씩 열려, 의협 '방문금지 입장 변함 없어'
2013.07.04 20:00 댓글쓰기

의료계가 내걸었던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병·의원 출입금지령과 관련, 발표 5개월이 현재 제약계의 체감 온도는 ‘유야무야(有耶無耶)’ 분위기이지만 의협 측은 여전히 경계하는 모습이 확연하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월 초 리베이트 쌍벌제 등 ‘관련 법 개정 전까지’라는 기한을 두고 사실상 제약계에서 봤을 때 '계엄령'에 준하는 입장을 선포했다. 아울러 의료계와 제약계, 정부가 참여하는 의·산·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협의체는 3자간 적정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자 회의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의협은 ‘영업사원 출입금지’ 스티커를 회원들에 발부하며 그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그러면서 의협 건물 내부 ‘동아홀’ 간판을 내리는 등 제약계와 더욱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영업사원들에 닫혔던 개원가 문(門)이 하나 둘 열리며 이젠 자연스러운 접촉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국내 상위 A제약사 영업사원은 “지금은 출입 금지령이 풀리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아직까지 출입하지 말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곳도 있지만 이러한 병·의원이 줄고 있다. 예전보다 더 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회사에서도 의사에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해 학술이나 병원 경영에 필요한 타산업의 마케팅 전법 등을 공부하고 있다. 당연히 의사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출입금지는 절대 의약계 발전에 좋은 방향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른 국내 B제약사도 상황은 같다. 이 회사 영업사원은 “사실 출입금지령이 떨어졌을 때도 우리가 맡고 있는 로컬은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상징적인 것으로만 보는 상황이었다. 이제는 과거의 일처럼 거의 잊혀진 듯 하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실제 개원가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한 개원가 단체 대표 역시 비슷한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애초에 영업사원 출입금지를 한 것도 강력한 의무사항이 아니었다. 제약사 직원을 평소에 잘 만나는 의사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데 평소 습관이 의협의 선포 때문에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무조건 영업사원을 만나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의사 입장에서 안 만나도 아쉬울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원가 역시 분명히 얻고자 하는 필요 정보가 있을 것이다. 오히려 요즘 같은 때 영업사원들의 할 일이 더 많아진 셈”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영업사원 출입금지령을 내렸던 의협 측은 다소 경계의 모습을 보였다. 실질적으로 회원들의 선택에 달렸지만 시대적 흐름상 영업사원과의 만남이 불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의협 고위 관계자는 “리베이트 쌍벌제 이후에도 의사들이 영업사원을 만나는 분위기였지만 그 이후에는 사실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출입금지령 선포 이후에는 더욱 그러하다. 지금 의료계는 영업사원 방문에 대해 피로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의·산·정 협의체 회의 이후에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더라도 영업사원 출입금지령 해제를 추진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영업사원을 만나 의사들이 얻는 것은 별로 없다. 따라서 점점 만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아무리 만나지 말라고 해도 본인이 필요하면 만나지 않겠는가. 하지만 개원의 본인들이 자제하고 있는 것 같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어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매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악순환의 반복이다. 그렇더라도 이젠 우리가 직접 출입금지령을 놓고 ‘갑론을박’하진 않을 것이다. 시대적 흐름을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제약협회 측은 ‘공생’의 논리를 펼쳤다. 협회 관계자는 “제약사 입장에서 의약품 마케팅을 위해 의사와 만나는 것은 필요하다. 영업사원을 잠재적 리베이트 행위자로 보는 것은 앞으로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며 “하루 빨리 의·산·정 협의체 등을 통해 리베이트 쌍벌제가 개선돼 당당히 의사들에게 제품을 설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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