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계를 과연 '의료 동반자'로 바라보는지 의문이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가장 큰 문제는 정부 폭력성이다. 의정 갈등이 갈수록 악화되고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는 이유다."
정윤빈 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대한외과학회 정책위원회 간사)는 25일 오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열린 대한외과학회 대토론회에서 정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지적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공정 보상 등 4개 개혁과제로 구성된 정부 의료정책이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오히려 의사들에 1년에 몇억 준다고 하는게 더 나을 듯"
정 교수는 이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 과정을 설명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 교수가 말하는 첫 번째 문제는 선명성 부재다.
정 교수는 "규모가 큰 정책이 처음부터 구체성을 갖추기는 힘들다"면서도 "필수의료 패키지는 기존 계획과 추진 정책을 총 망라했을 뿐 정책 선명성이 지나치게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책이 모두 실현되면 필수의료 의사가 늘어날지 의문이다. 오히려 이런 거 다 없애고 의사들에게 1년에 몇 억씩 주겠다라고 하는 것이 더 선명한 정책이다"라고 꼬집었다.
필수의료 지원이 아닌 비(非) 필수의료를 억제, 낙수효과를 얻겠다는 발상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정 교수는 "낙수효과를 얻으려면 물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정교하게 설계를 해야 하는데 정부는 물이 넘쳐도 담을 그릇을 만들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필수의료 유인 정책 추진, 효과 평가하고 이후 인력 추계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순서 잘못"
특히 의대 정원 확대는 선후관계가 잘못됐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필수의료 유인 정책을 우선 추진하고 효과를 평가하고 이후 인력을 추계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순서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에 대해서도 "전문의를 어디서 구할지, 늘어나는 인건비에 대한 대책은 없이 단순히 전문의 키워드만 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입원전담전문의조차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전공의 공백을 전문의로 채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는 PA(진료보조인력)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인데 이조차 모든 책임을 기관장이 지고 있어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역의료 활성화 대책, 수도권 대형병원에 대한 수요 통제 없이 기관만 통제는 실패"
지역의료 활성화 대책에 대해서는 수도권 대형병원에 대한 수요 통제 없이 기관만 통제하는 방향성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지역의료를 위해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기관마다 협력을 강화토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이는 굉장히 공급자 관점에서 추진하는 방안이다. 지역의료 큰 문제 중 하나는 환자가 수도권 병원을 원하는 수요인데 이를 통제하는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정책이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수도권 병상관리 취지는 좋으나 분원들이 기승인된 상황에서 이후 관리하는 게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정 교수는 또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비가 투입되는데 이 재원을 어디서 수급할지에 대한 계획이 없다"며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될 우려가 있고 많은 비용이 소모되는 것을 국민에게 솔직히 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