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계가 ‘오픈이노베이션’을 외치고 있다. 여러 업체, 혹은 기관이 모여 발전적인 연구개발로 상호 발전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오픈이노베이션은 바이오벤처나 대학연구진이 만들어낸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생각, 후보물질에 대한 가능성을 제약사의 투자와 공동연구로 현실화 시키는 작업이다.
이 같은 오픈이노베이션의 성공사례를 소개하고 그 가치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지난 21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개최한 ‘제1회 KPBMA Bio Open Plaza’에서 마련됐다.
발표는 안국약품의 지속형 성장호르몬제 바이오베터 후보물질 ‘AG-B1512’와 녹십자셀의 동종 NK세포 치료제 후보물질 ‘MG4101’의 사례로 소개됐다.
안국약품의 AG-B1512는 2015년 바이오벤처 에이프릴바이오로부터 파이프라인을 들여와 개발 중인 후보물질로 현재 전임상 GLP 독성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안에 독성시험을 완료하고 내년에는 임상 1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에이프릴바이오는 2013년 강원대학교 차상훈 교수가 학내 바이오벤처로 시작한 업체다. 에이프릴바이오의 핵심은 지속형 SAFA(Anti Serum Albumin Fab Associated) 기술이다. 이미 국내 특허가 등록된 가운데 해외 42개국에서도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SAFA는 약물을 일부 변형해 체내 반감기를 늘려 지속성을 갖게 하는 기술로 매일 주사해야하는 기존 성장호르몬제를 한층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안국약품은 이 기술의 가능성을 보고 에이프릴바이오로부터 해당 후보물질 파이프라인을 인수했다. 2013년 8월 기술 도입 미팅을 시작으로 2015년 6월 계약까지 검토만 1년 10개월이 걸렸다.
발표를 맡은 안국약품 장기호 이사는 “AG-B1512는 2013년 바이오에 뛰어든 회사의 첫 후보물질”이라며 “현재 안국약품 바이오부서 인력은 16명에 불과하다. 우리 혼자만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국약품에 맞는 후보물질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고민의 결론은 바이오베터였다”며 “단계별로 앞선 회사를 따라잡기 위한 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이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녹십자랩셀은 NK세포 치료제 후보물질 ‘MG4101’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CAR-T세포 치료제를 대체할 획기적인 신약이라는 설명이다.
녹십자랩셀은 2008년 서울대학교 연구진과 NK세포 배양법에 대해 공동특허를 출원하고 보건복지부 ‘선도형 연구중심병원’ 과제로 선정되며 MG4101 개발을 시작했다.
현재 MG4101는 간암치료 적응증으로 임상 2상 파이프라인에 올라있다. 그 과정에서 서울대학교병원, 카이스트, 한양대학교, 목암생명공학연구소 등과 다양한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녹십자랩셀 황유경 상무는 “현대 임상은 한 회사 혼자 끝까지 끌고 갈 수 없다. 각자 잘 하는 것에 집중해 협력이 이뤄져야 풍성한 자원으로 좋은 약이 만들어진다고 믿는다”며 “MG4101는 어느 정도 기술을 확보한 이후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 인사말에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은 “유망한 바이오벤처에 제약사가 적극적으로 투자해 후보물질 개발부터 시판까지 함께 가는 병렬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생태계를 잘 조성한다면 지금이 국내 제약산업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