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환자의 서울 집중화 방지를 위한 대안으로 ‘병상총량제’ 도입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병상총량제’는 무분별한 병상 확충을 규제하기 위해 각 시도별로 해당 지역 병원들의 총병상 수를 제한하는 제도.
그 동안 환자들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에 따른 대형병원들의 무차별적인 병상 확장 규제 수단으로 심심찮게 그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대형병원들의 잇단 진출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병상총량제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실제 최근 수 년간 대형병원들의 신축 붐이 불었던 경기도와 부산의 경우 지역 병원회가 직접 나서 중앙회인 대한병원협회에 병상총량제 도입을 건의했다.
대학병원의 신·증축 경쟁은 지방병원 입원환자의 이탈로 이어지며 의료자원 불균형을 초래하므로 지역별로 병상 총량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병원협회는 ‘신중론’을 제기하며 사실상 불가 입장을 전달했다.
병협은 시도병원회 건의사항 심의결과에서 병상총량제의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경기도병원회와 부산시병원회의 건의를 사실상 고사했다.
우선 병협은 수도권 병상수에 대해 과잉공급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 근거로 수도권 인구는 전체인구의 49.5%인데 반해 병상수 비율은 전체의 38.1%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었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 환자 집중화는 병상수가 아닌 외래진료 이용이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인위적으로 병상수를 제한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특히 수도권 병상수 공급 제한은 자칫 수도권 거주자의 의료접근성을 해칠 우려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게 병협의 입장이다.
병협은 병상수 제한 보다는 지역병원의 특성화를 위한 정부 지원을 건의함과 동시에 ‘우리지역 병원알리기’ 등 보다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지역병원 이용률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병상총량제 도입에 병협이 난색을 표명하자 이를 건의한 경기도 및 부산지역 병원장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수도권의 한 중소병원 원장은 “결국 지방병원들이 자력갱생으로 풀어야 한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대안이 틀렸다면 작금의 상황을 타개할 다른 방법은 뭐냐”고 토로했다.
부산의 한 중소병원 원장 역시 “대형병원들이 환자를 독식하는 탓에 중소병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일찍이 병상총량제가 도입됐더라면 이런 난국은 없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병협뿐만 아니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역시 병상총량제 도입에 회의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도별 병상총량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규제 내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기존병상에 대한 관리없이 신규허가를 규제할 경우 시장진입을 과도하게 억제한다는 비판과 함께 기존 병상의 경쟁력 악화로 병상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