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인공지능(AI)과 딥러닝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주요기술과 접목하며 발전 속도가 심상치 않은 섹스로봇의 다양한 사용처가 관심이다.
특히 요양보호사들은 성(性) 질환자나 장애인, 반려자를 잃은 노령자와 같은 성 소외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의 일환으로 섹스로봇에 주목하고 있다.
9일 서울 SC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여성성의학회 2019년 춘계학술대회’에서 송원경 국립재활원 재활보조기술연구과장은 섹스로봇의 국내외 동향을 소개했다.
송 과장은 “섹스로봇에 대한 수요가 요양보호업계 종사자들로부터 발생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며 성관계를 맺기 어려운 환자나 성생활을 지속하지 않고 있는 독거노인들로부터 섹스로봇 사용처가 새롭게 생겨날 것이라 말했다.
최근 AI기술이 더해진 섹스로봇은 단순한 성행위 기능만을 수행하지 않고 사용자와 정서적 교류도 나눌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미국에서 만든 ‘하모니’는 과도한 성행위 요구를 거절하는 ‘불감모드’를 보유하고 있는 대신 다양한 화제를 이야기하는 등 기계적인 대응만을 하지 않는다.
송 과장은 "이처럼 성행위를 포함한 다양한 정서적, 신체적 교류가 종합적으로 가능한 것이 섹스로봇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AI와 결합해 정신과적 치료에 도움이 되는 ‘치료로봇’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섹스로봇도 점차 개발될 것으로 보이며, 유럽 요양업계에서는 20~30년 내 도입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섹스로봇 상용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사회적 토론과 관련한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IT기술과 미용기술 등 섹스로봇 산업이 움트기 좋은 환경을 갖춘 우리나라에서 관련 논의가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날 행사에서 이성주 코리아메디케어 대표는 “우리나라는 IT기술과 뷰티산업이 발달했으며 의학계에서는 여성성의학회가 활성화돼 논의가 활발하다”며 “기술적, 심미적 기술역량이 모두 필요한 섹스로봇 산업에서 선두주자를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섹스로봇에 저장되는 민감한 개인데이터 보안과 같은 기술적 문제부터 시작해 로봇에 대한 폭력행위를 어떻게 제재해야 하는지 등 윤리적 문제까지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또 법적 규제에 대해선 유연함과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섹스로봇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사람형태의 자위기구 ‘리얼 돌’을 압류당한 업체가 행정법원에서 승소하며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법적 규제를 알 수 있는 판례는 나오지 않았다.
이 대표는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일반적인 자위기구는 음란물이 아니지만 사람의 모습을 한 ‘리얼 돌’의 경우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법리를 해석해 수입이 허가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런 규제들이 결국 섹스산업에서 한국을 후진국으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