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컴퓨터, 휴대폰 등 생활밀착형 폐기물은 과거 애물단지로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문수거업체들이 정제과정을 통해 폐금을 추출해 내면서 ‘新도시광산’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인체의 몸에 있는 지방을 위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재활용을 할 수 있다면 어떠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까. 올해 초 경희의료원에서 명예퇴직한 후 디올메디컬허브 신장병전문병원을 개원한 조병수 원장은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획기적인 연구성과를 소개했다.
성체줄기세포는 제대혈 또는 성인의 골수, 혈액 등에서 추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너무 소량이 추출된다는 점이었다. 몇 주간 배양과정을 거쳐야만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가 대두되곤 했다.
또한 추출과정에서 받는 고통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줄기세포 추출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았다.
조병수 원장은 제대혈, 골수, 혈액에서 벗어나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방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국내외 줄기세포 관련 학회를 모조리 섭렵하며, 관련 자료 수집 및 최신 연구 동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방에서 추출한 줄기세포가 양도 많고, 추출과정 역시 간단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특히 추출 후 약 4개월이 지나면 변이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배양과정이 필요없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에서도 자유롭다는 전언이다.
조병수 원장은 “사실 줄기세포 배양 자체는 어려운 개념은 아니지만, 배양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 때문에 사회적인 시선이 곱지 않다”라며 “지방에서는 별도의 배양을 하지 않아도 충분한 양의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심분리기를 통해 지방을 분해하면 3단계 층으로 나뉘게 된다. 상단은 불순물, 중단은 수분, 하단은 SVF(Stromal Vascular Fraction)이다.
조병수 원장은 “이 중 SVF에는 성체줄기세포를 비롯해 우리 몸에 필요한 다양한 화합물이 섞여있다”며 “1cc당 성체줄기세포 약 20만개를 추출할 수 있기 때문에 제대혈과는 비교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경세포, 혈관, 근육, 연골, 뼈, 인대, 췌장, 간, 신장, 뇌 등 모든 신체 부위에 활용이 가능하고, 부작용이 전혀 없다”며 “본인의 몸에서 추출한 물질이 재투입됐다고 부작용이 발생할 리는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고장난 신체부위 치료 해결사 부상될 날 머지 않았다"
조병수 원장에 따르면 지방 유래 줄기세포는 거부 반응 없이 면역 체계를 바로잡고, 조직 복원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심지어 뇌 기능 회복에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치매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조병수 원장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신장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올해 안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 승인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만성사구체질환과 만성신부전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완료한 후 빠른 시일 내 최종허가를 득할 계획이다.
그는 “향후 줄기세포치료제가 개발되면 만성신부전 환자의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정상인과 마찬가지 생활을 할 수 있다”며 “고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투석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파급효과는 가히 천문학적이다”라고 말했다.
1987년 우리나라 모든 초중고생들에게 만성신부전 예방을 위해 소변검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법제화시킨 장본인답게 지방 유래 줄기세포의 활용방안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도 남달랐다.
조병수 원장은 “만성신부전을 시작으로 암, 치매, 근육 및 골격, 노화방지 등 다양한 분야의 진료에 접목시킬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Fat Bank’를 설립해 지방 유래 줄기세포 치료의 대중화를 이루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 줄기세포에 대한 임상가들의 관심이 저조한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 이어졌다. 베트남과 같은 경우 정부 주도 하에 줄기세포전문병원 설립이 추진되고 있고, 미국 · 유럽 등에서는 관련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달 조병수 원장은 베트남 정부로부터 자문의사로 임명됐다.
조병수 원장은 “수많은 줄기세포 관련 해외 학회를 참관했지만, 국내 임상가를 찾아보긴 힘들었다”라며 “머지않은 시일 내 의료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이끌 지방 유래 줄기세포에 대해 최신 지견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