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만능세포'로 평가받은 '자극야기 다능성 획득(STAP) 세포' 개발을 주도한 일본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 종합연구센터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30·여) 연구주임의 박사 논문이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오보카타 주임이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일본 와세다(早稻田)대학에 제출한 영어 논문의 앞부분이 미국 국립보건원(NIH) 웹 사이트의 내용과 거의 같다고 일본 언론들이 1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08쪽 분량의 논문에서 간세포(幹細胞) 연구의 의의와 배경을 설명하는 26쪽 가운데 20쪽가량이 '간세포의 기초'라는 NIH 사이트의 내용과 매우 유사한 내용으로 돼 있다. 인용했음을 나타내는 표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이트는 배아줄기세포(ES세포)와 유도만능줄기세포(iPS)의 차이를 설명하는 등 간세포에 관한 일반적인 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논란을 낳은 논문은 2011년 2월의 논문이며 동물의 몸속에서 만능성을 지닌 간세포를 발견하는 것에 관해 다루고 있으며 STAP 세포에 관한 내용은 아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내용의 유사성이 '논문날조와 연구부정'이라는 이름의 트위터에서 지적됐으며, 인터넷에 있는 문장을 컴퓨터의 '복사해 붙이기' 기능으로 끌어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STAP 세포 연구에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한 와카야마 데루히코(若山照彦) 야마나시(山梨)대학 교수는 11일 오보카타 주임으로부터 "소란스럽게 해서 죄송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지만, 논문 철회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고 이날 밝혔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2일 아베 내각이 성장전략의 하나로 STAP 세포에 대한 연구 지원을 결정하는 등 세간의 관심이 많은 상황에서 의혹이 발생해 일본 과학계의 신뢰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진단하고 의혹에 대한 답변을 촉구했다.
오보카타 주임 등 이화학연구소 연구진은 약산성 용액에 담그기만 하면 신체의 여러 조직이 되는 만능세포인 STAP 세포를 만드는 쥐 실험에 성공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해 올해 1월 영국 과학잡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일본 언론은 젊은 학자가 과학계의 상식을 뒤집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으나 논문에 자연스럽지 못한 사진 자료가 실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이학연구소와 네이처 등이 조사에 착수했다.
와카야마 교수는 11일 "STAP 세포 연구를 신뢰할 수 없다"며 논문 취소를 촉구했고 이학연구소는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다. 논문 취소를 포함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