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영리화 논란이 거센 제주도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 승인 여부가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의 첫 정책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국민건강에 안정을 이룰 적임자’로 소개되면서 취임한 정진엽 복지부장관의 첫 성과가 영리병원 1호 유치여서는 안 된다"며 정 장관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2년 시작된 논란, 정 장관이 마침표 찍나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 설립 근거는 2002년 제정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마련됐다.
외국의료기관 설립은 애초 경제자유구역 내 투자유치를 위한 정주환경 조성 차원에서 비롯됐고, 외국인이 투자·설립하고 외국인만 진료할 수 있는 ‘외국인전용의료기관’으로 계획됐다.
하지만 2005년 법 개정을 통해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내국인 진료 금지조항을 삭제하고, 의료기관의 명칭도 ‘외국인전용의료기관’에서 ‘외국의료기관’으로 변경했다.
또한 2007년 법 개정을 통해 병원 설립 주체를 외국인 개인에서 외국인이 설립한 상법상 법인으로 확대됐다.
결국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이란 입법취지는 없어지고, 국내자본 투입과 내국인도 진료할 수 있는 형태의 병원으로 성격이 바뀌었다는게 야당 측 주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은 “대부분 국내의사가 진료하고, 의사결정도 국내의사가 하는데 무슨 외국병원인가, 국내 의료진이 국내 환자를 진료하는 영리병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반대여론으로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하위법령으로 우회하는 편법을 동원해 2012년 4월 17일 국무회의에서 법에 담지 못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절차 위임규정’을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4월 20일 공포했다.
법률 제정이 여의치 않자 시행령 개정을 통해 외국의료기관 설립 관련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동 시행령 개정의 후속조치로 이명박 정부는 2012년 10월 29일,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절차 등에 관한 규칙’을 제정·공포했다.
해당 규칙에는 △ 진료관련 의사결정기구의 장은 외국의료기관의 장이 맡고 △ 해당 의사결정기구의 1/2이상을 외국 의사로 △ 외국 의사 면허소지자 비율을 10%로 정하는 주요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은 “결국 외국자본의 애로사항을 반영한다는 이유로 ‘명실상부한 외국의료기관으로서의 특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한다’는 애초 외국인규정 도입 취지를 손바닥 뒤집듯 바꿔버렸다”며 비판했다.
지난해 싼얼병원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복지부 행보 관심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도 영리병원 추진을 위한 노력을 계속 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11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절차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고 시민단체 등 각계의 격렬한 반대에도 결국 올해 3월 24일부로 시행했다.
△외국의료기관 진료 관련 의사결정기구의 장을 외국의료기관의 장으로 하는 규정 삭제 △의사결정기구 구성원의 50% 이상을 외국 의사로 하는 규정 삭제 △외국 의사․치과의사 면허 소지자 비율을 10%로 하는 규정 삭제를 골자로 한다.
김 의원은 “규칙 제정 2년만에 복지부 스스로 만든 ‘외국의료기관’의 최소한의 근거까지 없앤 이유는 규제를 풀어서라도 어찌됐든 1호 영리병원을 유치해야 한다는 청와대의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싼얼병원 사태로 여론의 호된 질타를 당한 박근혜 정부는 가시적 성과가 절박한 나머지 영리병원 자본투자를 수월하게 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복지부가 사업계획서 승인을 검토하고 있는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설립주체는 의료사업 경험이 없는 부동산 재벌기업이다.
김 의원은 “미용·성형 등을 통한 막대한 돈벌이사업을 대한민국에서 펼치려 하고 있다. ‘영리병원 1호,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예외 1호 병원’ 설치는 이제 정진엽 장관의 승인 결재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 장관은 취임 후 첫 성과를 영리병원 허용에서 찾아서는 안된다. 영리병원이 탄생하면 비싼 민간의료보험 상품이 생겨나고, 국민건강보험제도에 대한 불신을 고조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외국영리병원의 도입 중단을 촉구했다.